[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삼성화재에 합류한 후 세리머니는 자제하고 있다. 우리 팀엔 ‘고’태환, ‘고’정호가 있다."
‘이적생’ 송희채(26·삼성화재)이 던진 농담 한마디 속에는 자신의 정체성이 담겨 있었다. 이미 삼성화재맨이다. V리그 이적 데뷔전부터 맹활약이다.
삼성화재의 레프트 송희채는 1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우리카드와의 ‘도드람 2018~2019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16점을 기록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고비마다 시원하게 스파이크 한 방씩을 때려주며 팀에 부족한 2%를 채웠다. 공격성공률도 65.22%로 적중률 높은 배구를 했다.
삼성화재는 송희채의 가세로 코트 밸런스를 맞췄다. 삼성화재는 앞서 타이스-박철우로 이어지는 큰 공격에 스피드와 잔잔함을 더해줄 플러스알파를 찾지 못해 고민이었다. 하지만 발이 빠른 송희채가 가세하면서, 핀치 상황에서 상대 블로킹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무기가 늘어났다. 수비에서도 알토란이다. 신진식 감독은 “삼성화재가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눈빛을 번뜩였다.
우리카드전도 그랬다. 1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내리 3세트를 가져오며 분위기 반전을 끌어냈다. 특히 4세트 듀스 접전에서 끝내 무너지지 않고 전세를 뒤집었다. 송희채는 4세트에만 7점을 기록하며 이적 데뷔전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공수에서 팀에 활약을 불어넣었고, 파이팅 넘치는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송희채는 “삼성화재에 합류하면서 세리머니를 자제하고 있다. 고(희진) 코치님의 뒤를 이을 사람은 많다”라고 단호하게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더니 “우리 팀엔 ‘고’태환, ‘고’정호가 있다”고 농을 던졌다. 고희진 코치는 현역 시절 세리머니 왕으로 불렸다. 송희채는 자신에게 찾아온 2대 세리머니 왕 자리를 팀 동료 지태환과 김정호에게 넘겼다.
웃어넘길 수 있는 한마디였지만, 강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렇게 농을 던질 정도로 팀에 녹아들었다. 앞서 열린 KOVO컵 당시 박철우는 송희채를 향해 “생활에서는 이미 100% 적응을 했다. 팀 문화와 전술을 익히는 시간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신진식 감독은 “(송희채의 가세로) 팀이 더 단단해졌다”고 분명히 했다. 짧은 시간 빠르게 팀에 녹아든 셈이다.
송희채는 "반짝이 아니라 꾸준히 잘하고 싶다. 개인 성적보다는 주 공격수, 리베로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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