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6일까지 통일 농구 대회를 통해 평양을 방문해 2차례(남북 혼합 대결, 남북 맞대결) 경기를 치렀던 박혜진(28)은 단 사흘만 북녘에 머물렀음에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승패를 떠나 멀게만 느껴졌던 북한 선수들과 경기를 치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신기할 따름. 평양 방문기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단순히 즐거움만 안겨준 경험은 아니었다. 통일 농구 대회 이전 이미 단일팀 구성이 확정됐던 만큼, 북한 선수들의 전력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자농구 단일팀은 남한 선수 9명, 북한 선수 3명, 총 12명의 선수로 구성될 예정이다. 하숙례 대표팀 코치는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북한의 전체적인 기량이 한국에 비해 낫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지만,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기량을 자랑했었던 선수들은 있었다. 박혜진은 “실명을 거론하기 어렵지만 모든 선수가 예상 중인 3명의 후보가 있다. 감독님의 생각도 같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평가를 하긴 했지만, 박혜진은 현시점에서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개인 기량으로 모든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 만큼 결국 빠른 완전체 단일팀 구성을 통한 팀워크 다지기가 핵심이라 내다봤다.
팀워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측 선수의 빠른 합류를 바랐다. 평양에서 이미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힌 전례가 있었기 때문. 박혜진은 “북한에선 경기 중 워킹 바이얼레이션(트래블링)을 ‘걷기 위반’이라고 표현해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공격한 적도 있었다”라고 웃어 보였다.
물론 용어 사용의 차이가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대신 박혜진은 “그래도 국제대회에 나서니, 외래어로 표기된 한국식 표현을 써야 한다”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김단비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부상,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에서 활약 중인 박지수의 참가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박혜진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센터 자원이 부족해 포지션 파괴 농구를 해야 할 것 같다. 간혹 센터 노릇을 할 때도 있다”라고 말할 정도.
게다가 북한 선수들과의 융화라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느 때보다 여자농구가 큰 관심을 받고 있기에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에이스는 무게를 견딜 준비가 돼 있다.
swingman@sportsworldi.com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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