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30·대한항공), 김민석(19·성남시청), 정재원(17·동북고)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준준결승에서 3분39초29로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제 남은 관문은 하나. 4위를 차지한 뉴질랜드(3분41초18)와 오는 21일 준결승을 치러 승리한다면, 2위 네덜란드(3분40초03)는 3위 노르웨이(3분40초09) 중 승자를 결선에서 맞이할 수 있다.
대표팀으로서는 바라던 결과물을 얻었다. 이탈리아는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랭킹으로만 보면 한국(4위)은 이탈리아(3위)보다 한 단계 밑이었다. 이탈리아는 2006 토리노 대회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딴 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반면, 한국은 2014 소치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게 위안거리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양상은 달랐다. 레이스 내내 우위를 점했던 한국은 2초 이상의 큰 격차로 이탈리아를 가볍게 제쳤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네덜란드를 준결승에서 만나지 않는 것도 호재다. 기록 순으로 준결승 대진표를 짜기 때문에 준준결승은 결승전 못지않게 뜨거운 레이스가 펼쳐졌던 터. 앞서 경기를 마친 한국은 4조 경기를 숨죽여 지켜봐야 했다.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가 이끄는 네덜란드는 미국에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지만, 한국에는 0.74초 뒤진 2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실 이제까지 한국 팀추월은 ‘맏형’ 이승훈이 멱살을 잡고 이끌어가는 식이었다. 10대 선수 둘의 경험이 아직 부족한 데다가 몸도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 선수 개개인의 기세도 좋았다. 김민석이 남자 1500m에서 아시아 최초로 깜짝 동메달을 획득했고, 이승훈은 1만m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며 메달권까지 노렸다. ‘막내’ 정재원은 대회 첫 출격인 만큼 체력은 충분했다.
팀추월은 3명씩 이루진 두 팀이 트랙의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해 8바퀴를 돌아 최종 3번째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팀워크, 경기 전략은 물론 개인 기량도 중요한 종목이다. 준준결승에서 확인한 트리오의 경기력은 최상이다. 운영 능력이 뛰어난 에이스가 후배들을 노련하게 이끌었고, 기대주들은 레이스에 뒤처지지 않고 힘을 보탰다. 플랜 A를 수행한 대표팀에게 금빛 시나리오가 기대되는 이유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