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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1-14 15:00:00, 수정 2018-01-14 15:00:00

[김기자의 현장+] '불나겠어?' 전화번호도 없는 불법 주정차.."나는 괜찮겠지?"

  •  전화번호도 없는 불법 주정차 / 긴급 출동 시 생명과 직결 / 긴급 출동 시 ‘불법 주정차’ 훼손·제거도 한계 / 사소한 방심이 심각한 사태를 불러 와 / '불법 주정차' 실종된 시민의식 / 근본적인 주차 문제를 해결해야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초등학교 인근 도로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서 있어 마치 주차장 방불케 했다. 주차 금지구역과 견인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일부 운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표지판 바로 아래 주차를 했다.

    “주차할 때가 없어서 도로에 주차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전화번호도 없으면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늘같이 공휴일이면 도로인지 주차장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제천 사고처럼 대형 불이라도 났으면 누가 책임지나요.”

    밤마다 벌어지는 주차 전쟁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주택가는 주차 전쟁은 일상이 됐다. 집 앞 인도나 도로는 불법 주정차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 불법 주정차가 인도까지 점령하는 장면은 이젠 흔한 장면이다. 안전하게 도로를 걷을 수 있는 인도는 사실상 사라졌다. 주차공간이 있다면 인도 주행은 보행자보다 더 당당한 모습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초등학교 인근 도로에는 불법 주정차 단속 현수막까지 내걸었지만 이를 비웃듯 불법주차된 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로 29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불법 주정차로 1초가 급한 골든타임을 놓쳐 단순 화재를 대형 참사로 키웠다.

    제천 화재 참사 당시 불이 난 스포츠센터 앞에 4대, 측면에 11대, 진입로에 6대 이상의 불법주차 차량이 있었다고 소방당국이 밝혔다. 이 때문에 굴절차가 건물 앞으로 접근하기 위해 500m를 우회해야 했고, 주차된 차량을 옮기느라 굴절차를 전개하는 시간도 지체됐다.

    제천 참사로 안전 불감에서 벗어나 소방차 진입로를 상시 확보와 긴급 출동 시 소방차를 비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4시쯤 서울 용산구 후암초등학교 인근 왕복 2차선 도로. 도로에는 주차장을 연상할 만큼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도로는 마치 대형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양 차선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점령한 상태. 불법주차를 단속한다는 현수막이 있지만 비웃듯 현수막을 가로막고 주차하는 차량도 있었다.

    이곳을 지나가는 차량은 불법 주정차로 인해 서로 양보하는 모습이 흔한 일상이 됐다.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에 양차 선은 불법 주정차로 차량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다. 만약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소방차는커녕 구급차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폭이다.

    인근 한 주민은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구청에서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도로에 주차한다.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그러니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초등학교 인근 도로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서 있어 마치 주차장 방불케 했다. 주차 금지구역과 견인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일부 운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표지판 바로 아래 주차를 했다.

    이곳에서 후암초등학교까지 약 200m 정도에 수십 대가 넘는 차량이 일렬로 빼곡히 불법 주차돼 있었다. 주차된 차량을 살펴본 결과 전화번호가 없는 차량도 눈에 띄었다. 적어놓은 전화번호가 글씨가 잘 안 보이거나, 작은 글씨, 전화번호를 가리거나, 전화번호를 확인하기 어렵게 돼 있는 차량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차량 전면에 부착된 개인 전화번호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이동조치가 신속히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차량 전화번호로 개인 정보가 노출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 된 차량에 전화번호가 없거나 확인하기 어렵다면 화재 발생 시 긴급 출동한 소방차가 불법 주차로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문제는 좁은 도로나 골목길에 주차된 차량을 견인 조치하는 과정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초등학교 인근 도로. 이곳을 지나가는 차량은 불법 주정차로 인해 서로 양보하는 모습이 흔한 일상이 됐다.

    인근 한 주민은 김 씨 “주차장인지 도로인지 구분인 안된다.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닌 것 같다”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안전은 기본이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오는 6월부터 소방차의 긴급출동을 방해하는 차량은 훼손 우려와 관계없이 적극적 대처해 간다고 발표 했다.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금지 장소에 주차한 차량은 '밀어내기' 등 적극적인 제거·이동 과정에서 파손돼도 손실 보상을 받지 못한다.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의 주차 단속을 강화하고, 주기적인 소방 순찰과 계도·단속을 강화하고, 차량 견인업체와 신속한 대응을 위한 협력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우선이다. ‘나만 아니면 돼’,‘나는 괜찮겠지!’,‘나 하나쯤이야’라는 사소한 방심이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제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손이 용인되는지는 법제처 해석이나 대법원 판례를 봐야겠지만, 집행기관 입장에서는 가능한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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