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3일 잠실 LG전에서 박용택의 강습타구에 오른팔을 맞고 골절상을 입은 정재훈은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11월말에는 어깨 회전근 파열로 수술대에 올라 아직 재활 중이다. 올해 후반기에나 돌아올 수 있다.
통합우승의 밑바탕에는 정재훈의 투혼이 있었다. 46경기에서 1승5패 2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27(52⅓이닝 19자책)을 기록했다. 필승셋업맨으로 흔들린 불펜진의 구심점이 돼줬다. 4월 13경기 19⅓이닝에서 7홀드 평균자책점 1.40→5월 12경기 14이닝에서 8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놀라움을 안겼고, 6∼7월 한두경기 흔들린 모습이 있었지만, 1승2세이브 8홀드로 두산 질주의 디딤돌이 됐다. 두산 한 프런트는 “정재훈이 없었다면 무너졌을 것이다. 정말 대단했고 큰 힘이 됐다”고 단언했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 정재훈은 없다. 복귀시점을 후반기로 잡고 있지만, 올해 우리나이로 서른여덟이다. 작년 초반의 구위를 다시 보여준다는 보장이 없고, 팀으로선 새 인물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재훈이 무사히 돌아온다면 금상첨화다.
아직 명확히 대체할 선수를 정하지는 못했다. 이현승을 좌완 마무리로 확정했고, 김태형 감독은 이용찬, 김강률, 홍상삼 등을 필승조 요원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언제든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은 이용찬은 26일 복귀등판하지만, 구위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매년 부상으로 불연소한 김강률의 경우, 실제 박빙의 부담감을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 홍상삼의 제구력은 든든하지 못하다.
오히려 구단 측이 기대하는 인물은 베테랑, 김성배와 김승회다. 이들은 정재훈과 2003년 입단 동기로 현역의 황혼에 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옮겨간 김성배는 지난 시즌 중 내야수 김동한과의 트레이드로 친정팀에 복귀했다. 김승회는 두 차례나 FA 보상선수로 롯데→SK로 팀을 옮긴 뒤 방출, 겨우내 두산이 새로 품었다. 둘 모두 사연이 있고, 아쉬움이 큰 만큼 의지가 남다르다는 게 전력분석 측의 귀띔이다. 한 프런트는 “정말 김성배는 독을 품었다”고도 했다.
정재훈의 빈 자리는 두산의 유일한 약점이다. 해결하지 못하고 이현승까지 흔들린다면 두산 불펜진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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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훈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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