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블로킹은 상대 공격을 따라가지 못했고, 수비도 흔들렸다. 특히 서브리시브가 불안했다. 박정아(IBK기업은행)는 이날 서브리시브 성공률이 16%에 그쳤다. 경기 후 비난의 화살은 모두 박정아에게 쏠렸다.
과연 패배가 오롯이 박정아의 책임일까. 패배는 애초에 예견돼 있었다. 대한배구협회의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이다. 배구협회는 이번 올림픽에 이정철 감독 등 코칭스태프 2명, 김연경 박정아 등 선수 12명, 그리고 트레이너와 전력분석관까지 총 16명을 파견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구성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트레이너 1명이 12명의 선수를 책임져야 했다. 또한 전력분석관 1명이 조별리그 5개 팀과 네덜란드의 조별리그 전 경기를 비디오로 촬영하고 분석해야 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전력분석관은 AD카드를 받지 못해 선수단 버스 탑승이 불가능했다. 치안이 불안한 브라질 시내를 홀로 다녀야 했다.
AD카드 숫자는 국가별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다른 방도를 강구했어야 하는 것이 협회의 의무이자 임무이다. 선수촌 이외 전력분석실을 마련하거나, 현지 자동차를 렌트해 또 다른 소통 창구를 만드는 방법은 충분히 고려해 볼만했다. 돈이 없다는 것은 핑계가 안 된다.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대회를 앞두고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그만큼 협회가 무능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또 있다. 훈련기간 중 배구 선수단이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김연경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협회는 방관했다. 경기 일정을 마친 후에도 16명의 귀국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선수단 모두 갈려져 각자 알아서 귀국길에 오른다. 이들이 과연 대표팀의 대우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들은 오로지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매일 피땀을 흘려가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올림픽 기간 중에 협회장 선거를 치렀다. 대표팀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란 판국에 대장놀음을 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대표팀을 감싸 안아주지 않았다. 8강에 오른 것도 기적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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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이 1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에서 끝난 네덜란드와의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리우 =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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