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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함께 나눈 30분] ­김민규 넥스트플로어 대표

입력 : 2015-12-01 11:30:00 수정 : 2015-11-30 19: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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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출퇴근·제한없는 연차일수? 책임감이 바탕돼야죠"
[스포츠월드=김수길 기자] 검은 안경테로 출발한 그의 첫인상은 여느 개발자의 전형처럼 자못 진지했다. 두 세마디를 주고 받은 뒤 게임 콘텐츠에 대한 경영자로서의 철학은 한탕주의에 물든 속세를 비웃기라도 하듯 반듯하다. 유난히 검소함에 치우친 본성은 120명이 넘는 사내 구성원들의 열의를 북돋는 작은 사치로 갈음된다. 국산 준중형차에 흡족해 하는 그는 세간을 들썩이게 한 유명 게임을 만든 제작자다. 비교 대상이 되는 여느 인사들이 수 억원을 호가하는 수입차 수집을 자랑할지라도, 그는 옥탑방에서 개발의 꿈을 일궈가던 옛일을 떠올리며 임직원들의 안일을 걱정한다. ‘드래곤플라이트’를 제작한 넥스트플로어의 김민규 대표를 떠올리는 작은 편린이다.
넥스트플로어는 출퇴근이 자율이다. 말 그대로 나인 투 파이브(9 to 5,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 퇴근)를 택하든, 새벽에 따로 일하든 규율로 정하지 않는다. 다만, 팀을 지휘하는 디렉터들의 재량에 맞긴다. 김 대표는 “결혼 유무 등 각자 환경에 따라 자율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팀별로 불균형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해결하느냐를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과도기이긴 하나, 잘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연차 사용에도 일수 제한을 두지 않는다. 파격적인 인사 정책은 넥스트플로어를 상징하는 복지 중 일부가 됐다. 직원들에 대한 특별한 믿음은 기업 경영가로서가 아닌, 동료의 일환이다. 물론, 김 대표는 신규 입사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말미에 ‘넥스트플로어는 자율을 추구하지만, 자율에는 반드시 권한과 책임이 따른다’는 문구를 넣는다. 깜짝 놀랄 만한 자유에 앞서, 책임감을 우선하는 게 궁극적인 경영철학인 셈이다. 그는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김민규 대표는 “나는 게임이 좋다. 만드는 건 더 좋다”를 연신 흥얼거린다. 스스로 “게임 키즈”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국민 게임으로 꼽히는 ‘드래곤퀘스트’ 등을 좋아하면서, 이를 제작한 스퀘어에닉스 광팬이라고 자부한다. 요즘도 ‘퍼즐앤드래곤’과 ‘몬스터 스트라이크’, ‘시로이네코 프로젝트’ 등 일본 시장에서 흥행한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이런 까닭에 김 대표는 기업 가치를 막대한 부 축적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상업화와는 동떨어지나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인디정신에 뜻을 부여한다. 여기에 대중성을 고루 버무리는 게 지향점이다. 사내 개발 스튜디오로 꾸린 지하연구소가 일례다. 이곳은 1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해 인디정신에 걸맞는 작품 구상이 한창이다. 그는 “지하연구소는 팀마다 어느 과정이 끝나면 합류할 기회를 주는 순환 형태”라며 “1년이라는 기간 제한이 있다보니, 의욕이 넘쳐 시간이 모자라는 느낌도 있다”고 말한다. 또 “세상에 없던 특이한 걸 하고 싶다는 쪽이 있고, 오히려 지하연구소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고도 나뉜다”면서 “새벽에 퇴근하다보면 지하연구소는 항상 불이 켜져있을 만큼 의욕적이다”고 소개했다.

회사 역량의 10%가량이 지하연구소에 집중하는 동안, 나머지 90%는 치열하게 먹을거리를 고민한다. 스테디 셀러인 ‘드래곤플라이트’ 덕분에 회사 운영에는 문제가 없으나, 미래 비전을 담보할 후속작 창출이야말로 공통 과제다. 김 대표는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 중 가치를 따지는 개념보다는 대중들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다르니, 공존해야 한다”며 “돈만 벌기 위해서는 지하연구소를 운영하면 안되는데, 우리만의 색채를 지닌 게임으로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험적인 게임을 구상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믿으면 앞만 보고 간다


넥스트플로어는 자체 개발작 외에 최근 배급 사업에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창세기전’ 시리즈와 ‘블레이드앤소울’의 아트 부문을 총괄했던 김형태 씨와 협업해 화제를 모았다. 김형태 씨는 신생 개발사 시프트업을 설립해, 당초 혼자 이끌어왔다. 김 대표는 시프트업에 자사의 제작 엔진을 제공했다. ‘드래곤플라이트’에 탑재된 동일한 엔진이다. 인력을 여럿 보내 도왔고, 지분 투자로 자금 지원도 나섰다.

그는 “처음에 지원을 약속했는데, 만들다보니 괜찮아서 규모를 키워봤다”며 “같이 간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세상의 빛을 보게 될 작품이 바로 ‘데스티니 차일드’다. 넥스트플로어는 이제야 “공동개발”이라고 설명한다.

내부적으로도 김민규 대표는 회사 자체를 놓고, 프로젝트별 담당 디렉터를 중심으로 모인 일종의 연합체로 묘사한다. 그는 “디렉터는 작은 회사의 책임 있는 사장이고, 가장 중요한 인력을 채용하면서 개발을 주도한다”며 “회사(넥스트플로어)는 목표를 정하고 복지를 챙기면서, 사안을 조율하는 역할”이라고 정의를 규정했다.

◆합리적인 자극은 필수다

김 대표의 지론 중 다른 하나는 이른바 메기효과를 들 수 있다. 미꾸라지가 들어있는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현상이다. 근래 중국 게임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적절한 자극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김민규 대표는 “중국 게임이 모방작이 많으나, 시장이 크다보니 유심히 지켜보게 됐다”며 “중국이 한국보다 퀄리티(질)가 높은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시장 경쟁의 중요성도 떠올린다. 그는 “한국 시장과 개발사끼리 묶여 있으면 독이 된다”며 “정체될 뻔 했던 한국 시장은 ‘클래시 오브 클랜’이 성공하고 중국산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활성화하는 계기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능력있는 개발사보다 중국 게임을 사오는 게 더 낫다는 말에 마음이 아픈 게 사실”이라며 “이는 반대로 조금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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