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시점 ‘특급’ 신인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다.
여자프로농구 선두 우리은행이 가드 이민지의 맹활약에 미소 짓고 있다. 올 시즌 최고 신인으로 꼽히는 홍유순(신한은행), 송윤하(KB국민은행) 부럽지 않다.
최근 활약만 놓고 보면 그렇다.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5라운드 전승을 거둔 가운데 이민지는 이 기간 전 경기 모두 출전해 평균 12.8점을 기록했다. 부동의 에이스 김단비(24.6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6개 구단 전체로 봐도 돋보인다. 9위에 위치하면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 5라운드 누적 출전 시간도 133분27초로 같은 기간 리그 10위다.
2006년생 기대주다. 지난해 8월에 열린 2024~2025 여자농구연맹(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서 우리은행의 1라운드 6순위 지명을 받았다. 외곽 슛 본능이 뛰어나다. 올 시즌 정규리그 16경기 동안 3점 성공률 38.1%를 마크했다. 최근 감각은 더 좋다. 연승 기간인 5라운드 동안 3점 성공률은 44.83%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난 3일 아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과의 홈경기 역시 3점 3개를 넣는 등 팀 승리(60-53)를 크게 도왔다.

사령탑도 엄지를 치켜세운다. 신한은행전을 마친 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오늘만 해도 중요할 때마다 3점슛을 성공시킨 게 가장 중요하다. 나이와 연차를 생각하면 지금의 활약은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동료이자 롤모델 김단비도 평소 이민지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보완과제가 없는 건 아니다.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수비도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체력 또한 관건이다. 위 감독은 “공·수를 다 해야 하니까 체력적인 부분에서 몸이 무거워지는 모습도 있다. 아직은 어리다 보니까 이해가 된다. 하지만, 결국 선수가 이겨내야 하는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힘들 때 ‘더 집중력 있게 한 번 해보라’고 지켜보고 있다. 참고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게 ‘자기 것’을 만드는 과정이다. 지금 선수가 힘들다고 교체하는 건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술적으로 새로운 조합도 시도 중이다. 3일 신한은행전 도중 김단비와 짝을 이뤄 2대2 합작 플레이를 펼친 게 대표적이다. 위 감독은 “연습뿐만 아니라, 실전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돌파구를 계속 찾고 있다”고 했다. 이민지는 “감독님께서 상대 팀에게 미스매치를 만들어서 공격하라고 주문하셨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은 ‘미완성’인 단계다. 김단비는 “완벽한 호흡을 맞추지는 못했다. (이)민지는 그동안 고교에서 전통적인 센터들과 짝을 맞췄을 텐데, 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 안 맞는 게 있기도 했고, 체력적인 부침 때문에 스크린 타이밍도 늦었다. 앞으로 연습을 더 많이 하면서 서로 계속 맞춰갈 것”이라고 전했다.
뜻깊은 이정표를 세웠다. 우리은행 신인의 5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은 단일리그가 도입된 2007~2008시즌 이후 최초다. 3일 경기 뒤 이민지는 “사실 경기를 뛰면서 기록을 따로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 경기에만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이민지는 “(최근 활약이)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쓰고 있다. “감독님께서 ‘뚫려도 괜찮으니까 적극적으로, 악착같이 쫓아다니라’고 말씀하신 부분을 생각하고 뛰었다”고 했다. 또한 “공격과 수비뿐만 아니라, 멘탈도 완벽한 (김)단비 언니를 많이 본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자, 함께 수훈선수 인터뷰에 참석한 김단비는 “3점 쏠 때 감탄했다. 멘탈은 (이)민지가 나보다 더 좋다”고 화답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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