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는 것이 소명"이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무산됐다.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다. 4시29분쯤 시작된 탄핵안 표결은 4시44분쯤 종료됐으며, 개표는 5시 마무리됐다. 개표 결과 가결 204표, 부결 85표, 기권 3표, 무효 3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 국민의힘 이탈표는 최소 12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대통령 파면여부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하게 된다. 180일 안에 탄핵 인용이나 기각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직위와 예우만 유지된다.
탄핵안 가결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2022년 5월10일 20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949일(2년7개월) 만으로,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1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세를 탄 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됐지만, 검찰 수사권 박탈에 반발해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보수 진영의 러브콜을 받아 2021년 6월29일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공정과 상식'이 슬로건이었다. 다음해 3월 치러진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0.73%포인트 차로 넘기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해 5월10일 취임한 뒤 청와대를 민간에 개방하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했다. 역대 대통령 최초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으로 이목을 끌었으나, 잦은 말실수 논란을 빚었다.
집권 초기에는 탈원전 정책, 보편복지, 확장 재정 등 문재인 정부 기조를 완전히 뒤집었다. 시장경제 복원에 중점을 뒀다. 한일 정상 셔틀 외교 복원, 한일관계를 개선, 2023년 4월 워싱턴선언, 2024년 한미정상회담 워싱턴 선언과 캠프데이비드 선언으로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한미일 3국 협력의 기틀을 세웠다.
하지만 검찰 편중 인사와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논란으로 민심을 조금씩 잃기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망사건 등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 올해 4월 총선 참패로 국정 운영 동력은 더 약해졌다. 총선 참패 이후 야당의 거센 공세가 계속됐고 야당과의 협치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9월부터 불거진 공천개입 의혹 등도 불신을 일으켰다.
의사 증원 등 의료개혁, 노사 법치주의 확립 등 노동개혁, 국가 돌봄 확대를 골자로 하는 교육개혁, 청년층 부담을 줄이는 연금개혁 등 4대 개혁을 내세우며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꼭 해내겠다"며 구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여소야대 구도라는 한계가 있었고, 일방적 추진으로는 초기 구상 단계에 머무르기만 했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령 포고령에 의료인 처단 항목이 별도로 담겨 윤 정부와의 결별을 선언, 사실상 의료개혁은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계엄령은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정지시키고 내란 혐의 피의자 처지로 전락시켰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7개월 동안 김건희 특검법 등 총 2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은 29명이다. 취임 첫해 6월 첫주에 53%로 지지율 최고치를 기록했던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인 12월 둘째주 11%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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