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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엽의 에프스토리 인 카타르] 당신은 손흥민의 나라에서 왔습니까

입력 : 2022-11-23 15:05:00 수정 : 2022-11-23 06: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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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볼(Football), 팬(Fan), 판타지(Fantasy) 등 축구를 설명할 수 있는, 알파벳 에프(F)가 첫 단어인 단어들이 많다. 심지어 지구촌 축구계 최상위 기구까지 피파(FIFA)다. 에프(F)로 공감할 수 있게 카타르월드컵의 현장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전하는 ‘에프스토리 인 카타르’다.

 

 온라인에서 누리꾼 대다수가 해외와 관련된 일화 중 가장 불편해 하는 건 아마 ‘두 유 노(Do you know)’일 것이다. 두 유 노란 한국 국적을 가진 유명인을 외국인에게 물어봐 위상을 확인하는 밈(meme)이다. 하지만 그걸 해외에서 반대로 듣는다면 어떨까.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경기가 열리는 8개의 스타디움 외에 가장 뜨거운 곳은 팬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알 비다 파크다. 카타르 국가 특성상 경기장에서 맥주를 마실 수 없게 됐으나 이곳은 아니다. 생맥주 500㎖ 한 잔에 50리알(약 1만 8000원)로 굉장히 비싸지만 21세 이상이라면 대회 기간 매일 오후 7시부터 오전 1시까지 얼마든지 술을 마실 수 있는 까닭이다.

 

한국 마트에서 고급 증류주를 한 병 살 수 있는 가격이었던 만큼 괜시리 더 맛있게 느껴졌던 팬 페스티벌에서의 생맥주 한 잔.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리. 직접 가본 현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클럽에서 축구 보는 느낌’이었다. 절로 몸을 흔들게 하는 경쾌한 음악이 베이스, 거기에 월드컵 생중계 대형 스크린과 중계방송이 수놓는다.

 

 놀 줄 아는 축구팬이라면 이곳은 성지, 그 자체였다. 팬 스토어, 풋살 체험장, 고급 레스토랑, 월드컵 스폰서 부스 등의 볼거리와 체험거리도 많다.

 

팬 스토어에서 파는 국가별 FIFA 굿즈 모자. 한국 모자는 공교롭게도 일본 모자 옆에 배치돼 있다.

 

 팬(Fan)을 위한 페스티벌(Festival) 그 자체였다. 에프스토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현장이라고 느끼던 찰나. 또 하나의 에프 키워드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페이스(Face), 얼굴이었다.

 

 동양인들이 서양인의 얼굴로 세부 국적을 구분하기 힘든 것처럼 서양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이 참가하지 않기에 대부분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만 묻는다.

 

 맥주 한 잔을 들고 경기를 보던 도중 자신을 에콰도르 사람이라고 소개한 남녀 친구가 다가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대뜸 “두 유 노 손?”이라고 역으로 묻는다. 그를 취재하러 온 기자라고 소개하자 본인들이 신이 나 손흥민의 장점을 열거한다.

 

 그들이 떠난 잠시 뒤, 잉글랜드 공격수 시오 월콧과 비슷한 외모와 헤어스타일을 한 젊은 친구 두 명이 다가와 영국식 발음으로 또 묻는다. “웨얼 알 유 프롬(국적이 어디냐)?” 한국이라고 대답하자 다시 “두 유 노 손?”을 되묻는다. 손흥민을 안다고 하자 “아이 노 황희찬 투!(난 황희찬도 안다)”라고 소리친다. 그렇게 처음 본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축구 스타‘로 하나 돼 웃고 떠들었다.

 

 단순히 팬 페스티벌에서만 있었던 에피소드가 아니다. 입국 수속부터 돌아다니는 모든 곳에서 ‘웨얼 알 유 프롬’ → ‘두 유 노 손?’ 혹은 ‘흥민 손?’의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취재하기 위해 찾은 루사일 스타디움에선 이런 일화도 있었다. 기자석으로 올라가기 위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SBS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찾은 박지성 전북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를 만났다. 엘리베이터 장소 안전 요원은 박지성을 보고 “웨얼 알 유 프롬? 재패니스(일본인)?”이라고 물었다.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질문에 놀라 “그가 누군지 모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는 “아 돈 노(모른다)”라고 답했다.

 

 충격적인 일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기자석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기자석 위치를 안내해주는 자원봉사자로부터 또 ‘그 프로세스’를 경험했다.

 

 그렇다.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는 절대적으로 손흥민이다. 이 글을 통해 ‘손차박 논쟁’(손흥민, 차범근, 박지성 중 누가 낫냐는 논쟁)을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박지성은 은퇴했고 손흥민은 현역 선수다. 현재의 인지도는 현역 선수가 높은 건 당연하다.

 

 10여년 전 유럽 여행을 했을 때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면 ‘두 유 노 지성팍?’을 들었다. 박지성이란 선수를 시작으로, 처음 본 외국인들과 축구 이야기로 밤새 맥주를 마셨던 기억은 인생 최고의 추억이기도 하다. 지금은 박지성에서 손흥민으로 한 세대가 바뀐 것일 뿐이다. 그저 이렇게 세계에 울림을 주는 월드클래스들이 한국에서 매번 나와 감사할 따름이다.

 

 

 사진=김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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