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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 우승으로 끝난 ‘롤드컵’ 한국 사랑으로 더 뜨거웠다

입력 : 2022-11-07 09:31:27 수정 : 2022-11-07 11: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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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6월 스웨덴 남부 소도시인 옌셰핑에서는 몇 년 후 세계 게임 시장을 제패한 제전(祭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막을 올렸다. 이곳은 걸출한 e스포츠 대회의 첫 개최지라는 영광을 얻는다. 이렇게 ‘롤드컵‘은 옌셰핑의 엘미아라는 작은 컨벤션 센터에서 출발했다. 초대 우승팀은 유럽 출신 프나틱이었다. 초대 대회를 눈앞에서 지켜봤던 니콜로 러렌트 라이엇 게임즈 대표는 “(1회 대회는) 매우 볼품 없고, 좁고, 모자란 점이 많았지만 제게는 최고의 ‘월드 챔피언십’이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어느새 12회차를 맞은 올해 ‘롤드컵’은 지난 5일(이하 현시 기준) 오후 5시부터 최첨단 신기술이 접목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 센터에서 이어졌다. 러렌트 대표는 “올해는 팬들이 체이스 센터를 가득 채운 채 소환사의 컵(우승컵)을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지 그 장엄한 대결을 지켜볼 것”이라며 일찌감치 군불을 지폈다.

 

‘전설의 귀환이냐(T1), 파란의 승리냐(DRX)’라는 대척점에서 촉발한 올해 ‘롤드컵’ 최종전은 말 그대로 피를 말리는 명승부였다.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출신의 가수 릴 나스 엑스가 ‘롤드컵’을 향한 자작곡 ‘STAR WALKIN’을 1만 6000여명의 관중을 마주하고 선창한 가운데 과거 어느 회차보다 달궈진 무대는 DRX가 창단 첫 우승이라는 ‘혁명’을 완수하며 끝났다. 이에 반해 2013년 5년만에 설욕을 노리며 ‘롤드컵’ 우승에 도전했던 T1은 다시 한번 좌절의 굴레에 빠졌다.

DRX는 첫 세트에서 T1의 압도적인 기량에 움찔거렸다. 기초적인 오브젝트 경합부터 밀리면서 초반 주도권을 소진했고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이내 다음 세트는 ‘언더독’이라는 별명을 입증하듯 난전을 펼치며 T1으로부터 첫 승을 따냈다. DRX는 3세트에서도 라인 스왑을 통해 T1에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T1은 결정적인 두 번의 바론 스틸로 재차 ‘T1식의 기적’을 일궈냈다. 스코어는 2대1.

 

그런데 행운의 여신은 막상 DRX를 향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4세트 DRX가 대승을 거뒀고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망의 마지막 세트 양 팀은 팬들의 손까지 땀으로 흠뻑 젖게 만들었다. DRX는 ‘데프트’ 김혁규의 케이틀린에 성장력을 몰아주며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T1 역시 끈질기게 달라붙었지만 DRX는 잔당들을 솎아내며 방점을 찍었다.

 

당초 이번 결승을 앞두고 T1의 완승을 점치는 분위기가 짙었다. 최근 3년 동안 T1은 DRX에 12승 2패라는 성적을 자랑했던 데다, 더욱이 8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게 근거였다. DRX로서는 2020년 서머 1라운드와 2021년 스프링 1라운드에서 두 번 승리하긴 했으나 세트 스코어는 2대1, 풀 세트 접전이었기 때문에 이변을 예상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은 아닐 법했다. 팀 우승에 기여한 ‘데프트’ 김혁규는 “(프로 선수로 활동한) 10년 동안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늘 응원해주고 곁에 있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DRX는 한국 지역 리그(LCK)에 배정된 4장의 티켓 중 마지막 한 장인 네 번째 시드로 ‘롤드컵’ 무대에 섰다. 예선(플레이-인 스테이지)을 거쳐야 하는 난관도 있었다. 이후 그룹스테이지에 진출해 16강을 조1위로 마쳤고, 8강에서는 중국 에드워드게이밍(EDG)을 제쳤다. 급기야 준결승에서는 올해 LCK 서머 우승자인 젠지를 세트 스코어 3대1로 누르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마침내 결승에서는 세계 최강 수준의 T1마저 무릎을 꿇렸다.

 

한편, 올해 ‘롤드컵’ 현장에는 옷 한 켠에 태극기를 새긴 이들이 눈에 띄었다. T1과 DRX를 응원하는 이들이 선수 이름이나 구단 명칭을 담은 피켓을 들거나 바디 페인팅을 자랑하는 장면은 그동안 자주 포착됐지만 어느새 팬들은 우리 선수들이 속한 나라,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잘한다고 각인된 한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뽐냈다.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는 “우리가 향유하는 많은 스포츠 종목 중에서 이처럼 남의 나라 선수와 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사례가 얼마나 있을까”라며 “한국 선수들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야말로 선수들 스스로 분발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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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미국)=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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