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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 쓴 미란다, 가을야구까지 비춘다

입력 : 2021-10-25 15:40:37 수정 : 2021-10-25 15: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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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야구 인생 최고의 금메달을 딴 듯하다.”

 

두산 외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2)가 KBO리그 역사에 굵은 발자취를 남겼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로 나서 4⅓이닝 동안 4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21탈삼진을 마크했던 미란다는 225탈삼진을 기록, 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1위에 올랐다. 고 최동원(롯데)이 1984년 9월 22일 구덕 삼성전에 구원 등판해 223탈삼진을 신고한 지 37년 1개월 1일, 1만3546일 만에 뛰어 넘었다.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었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주형광(1996년, 221탈삼진), 선동열(1986년, 214탈삼진), 류현진(2012년, 210탈삼진) 등 소문난 닥터K들도 번번이 고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미란다는 “내 야구 인생 최고의 금메달을 땄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이런 값진 기록을 세울 수 있어 기쁘다. 하늘이 도와준 것 같다. 시즌 내내 함께한 포수들과 든든한 수비로 뒤를 지켜준 야수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 물음표를 느낌표로!

 

미란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총액 80만 달러에 사인했다. 영입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하더라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른 외인들에 비해 눈에 띄는 커리어가 아니었다. 쿠바 출신으로 2016시즌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했으나 2018시즌 중반부터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엔 대만프로야구(CPBL)로 무대를 옮겼다. 시범경기에선 한 차례 등판이었지만 ⅔이닝 3피안타 5볼넷 7실점(7자책)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적응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막 후 4월 한 달간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85를 기록,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25일 현재 28경기(173⅔이닝)에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2.33을 작성 중이다. 탈삼진 외에도 평균자책점 1위, 이닝 3위, 다승 3위 등 대부분의 지표들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19일 대구 삼성전까지 1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행진을 달리기도 했다.

 

 

◆ 주변의 조언, 받아들인 미란다

 

혼자 힘으로 해낸 것은 아니다. 주변의 노력도 큰 몫을 차지했다. 미란다의 경우 시즌 초반 너무 세밀하게 코너워크를 하다 보니 볼이 많아졌다. 두산은 장점을 살리는 데 주목했다. 큰 키(188㎝)에서 나오는 높은 릴리스포인트와 뚝 떨어지는 포크볼이라면 굳이 유인구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자신과 동료들을 믿으라”며 힘을 북돋아줬다. 실제로 미란다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긴 이닝을 소화하는 등 효과적인 투구를 펼쳤다. 

 

내친김에 올 시즌 미란다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두산은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로테이션상 미란다는 한 경기 더 등판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KBO리그 최초로 230탈삼진을 달성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PS)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은 물론이다. 미란다와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했던 워커 로켓이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믿음직한 미란다가 있기에 두산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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