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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살신성인 유한준 “고참으로서 마음 놓이네요”

입력 : 2021-10-25 09:23:40 수정 : 2021-10-25 09: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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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에는 무리가 오는 동작이긴 한데….”

 

 지난 24일 수원 키움전. 큰 형님이 자발적으로 그라운드를 뒹굴자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타점을 올린 장성우는 당황한 듯 홈 베이스를 쳐다봤고, 대기 타석에 서있던 둘째 형 박경수는 활짝 웃었다. 행동으로 의지를 대변한 KT 유한준(40)은 “나도 모르게 나왔어요”라고 했다.

 

 유한준은 지난 한 주간 악몽을 꿨다. 10월 시작과 동시에 매직넘버를 줄여가던 팀이 갑자기 5연패를 당했다. 시즌 내내 쌓아놓은 승차 마진을 모두 까먹었다. 삼성과 2연전서 모두 패해 1위 자리까지 내줬다. 같은 기간 경기당 평균 1점을 뽑는데 그친 타선 탓인데 유한준은 “조금 실망하고 당황했다”고 축약했다. ‘고참이라면 후배들보다 더 잘 해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자책했다.

 

 그래서일까. 유한준은 필살의 카드를 꺼냈다. 한 시즌에 한 번도 보기 어려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경기에서 두 차례나 시도했다. 평소처럼 말보다 행동을 앞세운 일이다. 유한준은 “사실 어린 선수들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잘만 한다”고 농을 던지면서도 “아무래도 내 나이대에는 무리가 오는 동작이긴 하다. 나도 모르게 나온 동작인데 좋게 작용한 것 같아 고참으로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털어놨다. 유한준이 몸을 던지니 박경수, 조용호, 황재균 등이 차례로 몸을 날렸다. 결과적으로 유한준의 행동이 팀에 큰 충격파를 안겼다.

 

 사실 유한준의 슬라이딩은 KT로서 가슴이 철렁할 일이다. 유한준은 트레이닝파트의 특별 관리대상 1호다. 전성기에 비해 회복이 더딘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 수비가 가능해도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는, 슬라이딩을 금기시하는 이유다. 동시에 타격 능력은 여전히 팀 내 최상위다. 후배들 사이에서는 ‘한준이 형이 나이를 속인 것 같다’라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올 정도다. 힘 좋고 어린 유망주가 있어도 이 감독이 유한준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체불가라는 의미다. 유한준의 이탈은 KT가 측정할 수 없는 손실이다.

 

 그래도 유한준은 대만족이다. 후배들에게 선배 노릇을 했다는 점, 홈팬 앞서 연패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유한준은 “5연패 기간에 결국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은 고참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결과가 좋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제 우리 팀 선수들도 잔여 5경기에 대한 의미는 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홈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곱절로 누적된 스트레스, 고참 유한준은 살신성인으로 어느 정도 덜어냈다. 이제 후배들 차례다.

사진=KT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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