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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이슈] 김경문 감독의 ‘마운드 운용‘… 노는 젓는데 산으로 간다

입력 : 2021-08-06 06:01:00 수정 : 2021-08-06 0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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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이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전 한국과 미국의 경기에서 선수들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과 팬들에게 납득이 가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먹고 왔다.”

 

김경문호가 납득할 수 없는 투수 운용에 마운드가 흔들리며, 올림픽 금메달의 꿈도 사라졌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치른 미국과의 ‘2020 도쿄올림픽’ 패자 준결승전에서 2-7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오는 7일 12시 같은 장소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다. 대표팀은 지난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맞붙어 4-3으로 승리한 바 있다.

 

이날 패배의 원인은 타선의 침묵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마운드 운용도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중간 계투와 마무리로 향하는 과정이 지속해서 삐걱 소리를 냈다. 이날 역시 5회까지 선발투수 이의리를 앞세워 2실점으로 선방했지만, 6회 투수진 전체가 흔들리며 대거 5실점을 허용해 패배했다.

 

이날 경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들어 초반에 크게 무너진 적이 없다.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오프닝라운드 2차전에서 4실점을 허용하게 5회 이내 최다 실점이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대표팀이 치른 총 6경기에서 5회 이전 기준으로만 살펴보면 총 30이닝에 14실점이다. 경기당 2.1실점인 셈이다.

 

그러나 5회 이후 마운드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인 전력이 대등한 일본, 미국전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4일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에서는 2-2로 팽팽하게 맞서다가 8회말 3실점을 허용하며 결국 2-5로 패했다. 이날 역시 5회까지 1-2로 접전을 이어갔지만, 6회 대거 5실점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대회 들어 조상우-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외에는 상황에 따라 계투진을 운용하는 모습이다. 선발과 중간 계투진의 구분도 없었다. 원태인, 김민우 같은 경우는 선발투수와 중간 계투로 모두 등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운드 운용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인상을 남겼다. 물론 단기전이라는 특성, 등판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지면 탈락하는 등의 특수성을 고려하며 시나리오를 정해놓고 진행하는 투수 운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그에서 손꼽히는 최고 투수들을 모아두고 각 투수의 특성에 맞는 활용법을 찾지 못한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이날 대표팀이 무너진 6회가 아쉬운 이유도 여기 있다.

 

우선 김경문 감독은 6회 시작과 함께 최원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볼넷 1개만 내주고 강판당했다. 이 볼넷은 결국 대량 실점의 화근이 됐다. 그런데 왜 최원준이었을까. 최원준은 지난 29일 이스라엘전에서 롱릴리프로 등판해 3이닝을 소화했다. 투런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구위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2경기에서 단 한 번도 등판하지 않다가, 8월2일 다시 맞붙은 이스라엘과의 2라운드 경기에 등판했다. 구위는 앞선 이스라엘전과 너무나 달랐다.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를 삼진 처리한 뒤 갑자기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몸에 맞는 공-볼넷-볼넷을 허용하며 이날 경기 유일한 실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자신감을 잃은 채 마운드를 내려왔던 최원준은 이날 6회 마운드에 다시 올라 결국 볼넷을 내준 뒤 고개를 숙이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원태인의 등판도 의외다. 원태인은 원포인트릴리프 역할을 맡은 차우찬이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은 직후 마운드에 올랐다. 1사1루 상황에서 공을 던진 원태인은 2연속 안타에 볼넷까지 내주며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강판 됐다.

 

역시 왜 원태인이었을까. 원태인은 지난달 29일 이스라엘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3이닝을 소화한 뒤, 3일 만엔 이스라엘전에서 다시 등판 1.1이닝을 소화했다. 당시 상황은 대표팀이 5회말 대거 7득점을 올리며 10-1로 앞선 상황이었다. 이후 6회초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7회초까지 책임졌고, 7회말 1득점을 추가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단정할 순 없지만, 당시 10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원태인을 마운드에 올려 1.1이닝이나 소화하게 했다는 것은, 더는 선발투수로 활용할 계획도 없으며, 핀치 상황에서 투입하는 중간계투 요원도 아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날은 핀치 상황에서 올렸을까.

 

무엇보다 이날 마운드에 올라 아쉬운 투구 내용을 선보인 최원준과 원태인은 이번 대회 이스라엘 외 다른 국가의 타자를 경험해 본 상대가 없다. 앞선 두 차례 등판이 모두 이스라엘전뿐이었다. 미국 타자에 대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두 투수는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볼넷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등판한 조상우도 결국 추가실점을 내주고 강판당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구원 투수를 더 뽑았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결과로 이야기하면 감독이 할 말은 별로 없다”면서 “선발투수들이 이닝을 이 정도로 (적게) 던지는데, 중간 투수들이 매일 던지면 되겠나. 스태프가 생각이 있으니 이렇게 뽑았다.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으니 기다려 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경문 감독의 말대로 선발투수가 5회 이상을 책임져주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 던지는 선발투수를 선발한 것도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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