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Tokyo 이슈]은메달 숨긴 복서 휘태커 “나는 실패자다”

입력 : 2021-08-05 12:14:24 수정 : 2021-08-05 13:56:55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시상자로부터 은메달을 건네받는 순간 손은 곧장 호주머니로 향했다. 목에 걸고, 깨물어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도 없었다. 벤저민 휘태커(24·영국)은 “오늘 같은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고 했다.

 

 휘태커는 지난 4일 일본 도쿄 국기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복싱 라이트 헤비급(75∼81㎏) 아를렌 로페스(쿠바)와 결승전에서 치열한 공방 끝에 판정패했다. 다섯 명이 심판원 중 한 명으로부터 스코어카드를 받는데 그쳤다.

 

 아쉬운 패배보다 시상식에서 벌어진 일이 눈길을 끌었다. 경기를 마친 뒤 시상대에 선 휘태커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 시상자가 건넨 메달을 쥐자마자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정면을 바라본 휘태커는 기념 촬영 시간에 마지못해 메달을 잠시 꺼내들었다. 다시 호주머니에 메달을 넣으려던 찰나 지켜보던 코치가 “즐겨 벤저민! 아마추어 때는 그럴지 몰라도 프로라면 이런 순간은 돌아오지 않아”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으나 휘태커는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금메달을 목전에 두고도 획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휘태커는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놓친 것이다. 매우 실망스럽고 실패자가 된 느낌”이라면서 “선수라면 금메달을 따기 위해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오늘 같은 기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시상식을 마친 뒤부터 휘태커의 태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휘태커가 은메달을 따고도 마음을 다쳤다. 결승전 경기 패배에 대한 불명예는 없었지만 그의 태도는 어느 정도의 불명예스러웠다”고 혹평했다. AP통신 역시 ‘도전자답지 않은 휘태커’라는 제목으로 경기 내용에 대해 비판했다. 심판원의 판정에서도 드러나듯 휘태커의 경기 내용도 꽝이었다는 의미다.

 

 휘태커는 마음을 추스린 뒤에야 사태를 파악했다. 그리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휘태커는 “은메달을 목에 걸고 웃어야 했다.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가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면서 “몇 년 뒤 이날을 돌아보면 훌륭한 성과로 여겨질 것 같지만 그 순간에는 너무 속상해 즐길 수 없었다. 이 일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믿어달라”고 했다.

사진=AP/뉴시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