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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G세상 바로보기] ‘따뜻한 누나’ 이재교 대표의 역할

입력 : 2021-07-30 02:00:00 수정 : 2021-08-04 18: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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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7월 13일 이재교 당시 엔엑스씨 이사(브랜드홍보본부장)는 손수 차를 몰아 제주 용담해안도로 어영공원 부근에 위치한 문화카페 ‘닐모리 동동’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서울 번화가의 유명 카페를 연상케하는 디자인에, 실내는 작은 제주를 고스란히 옮겨온 모습이었다. 제주 오름을 형상화한 천장, 제주 전통 초가를 닮은 주방, 해녀 전용 도구인 테왁을 차용한 조명 등 현지 문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제주 모양의 피자, 한라산 빙수 같은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도 눈에 와닿았다. 카페 운영에는 지역 문화인사들이 참여했다.

 

닐모리 동동은 2012년 봄 개장 이후 ‘디지털 넥슨이 천혜자연 제주를 만나다’로 통칭되는 엔엑스씨의 이른바 ‘제주 안착기’를 주도했다. 정작 엔엑스씨 본사 사옥(NXC센터)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나 2013년 3월에야 들어섰다. 그동안 엔엑스씨는 제주시 노형동 일대 건물에서 임차 형태로 본사를 꾸리다가, 만 4년이 흘러서야 번듯한 자체 사옥에 입주했다. 불필요하거나 당장 시급하지 않은 외적 치장에는 무덤덤한 엔엑스씨만의 DNA가 녹아든 셈이다.

 

그 후로도 엔엑스씨는 청년 프로젝트인 ‘네오-제주’를 2015년 여름부터 전개했고, 제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올레 길의 유지·보수에도 힘을 보탰다. 제주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 등 지역 문화 콘텐츠의 중심에도 엔엑스씨가 있었다. 2013년 7월 아시아 지역 최초로 제주에 설립한 컴퓨터박물관은 엔엑스씨가 얼마나 제주에 각별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제주를 벗어나더라도 우리 땅 곳곳에는 엔엑스씨의 손길이 묻어난다. 서울 마포에 장애어린이를 위한 병원(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세웠고, 두 번째로는 대전을 콕 찍었다. 서울대병원과도 협업해 어린이들의 안녕을 꿈꾸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주력인 게임 산업에 대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예술과 다양하게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넥슨을 포함해 산하 자회사에서 내로라하는 개발진들이 직접 나서 게임과 예술의 만남을 설파한다. 재능기부의 일환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면 서울 한 복판에 온기의 불씨를 지폈고, 부산에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놀이터(더놀자)를 만들었다. 사회사업 분야를 체계적으로 계획할 별도 재단(넥슨재단)도 꾸렸다. 이렇게 엔엑스씨는 지역과 사회의 곁에서 올곧은 시선을 이어왔다. 투입된 자금만도 어느새 수 백억 원에 달한다.

‘지역과 교감하고 자연을 벗삼는다’는 닐모리 동동의 기조(基調)는 엔엑스씨의 사회사업 전반에 스며들었다. 뛰어난 상품과 사업이라도 확고한 목표의식이 없다면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닐모리 동동은 적자가 되기 십상이었고,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운영 자금은 늘 모자랐다. 엔엑스씨와 산하 기업들은 항상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 때마다 “선한 사회적 목표를 위해서는 경영과는 별개의 가치 판단을 고려해야 해요”라는 게 이재교 현 엔엑스씨 대표의 얘기였다.

 

이처럼 엔엑스씨가 과거 10여년 동안 전국을 누비면서 얼굴을 알린 일면에는 바로 이재교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창의와 기술적 진보가 담보된 게임 콘텐츠에 품격을 불어넣을 구심점을 분주하게 찾고 있다. 업계 어느 기업들도 택하지 못한 길을 무소의 뿔처럼 걸어가는 배경에는 창업자와 구성원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뒤따랐다. 합심한 결과에 단순한 ‘포장’이 아닌 진솔함을 투영하는 게 이재교 대표의 역할이었다.

지난달 29일자로 엔엑스씨는 이재교 대표(CEO)를 새로 선임했다. 이로써 창업자인 김정주 대표는 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게 됐다. 이재교 대표는 1998년부터 넥슨과 엔엑스씨에서 사회공헌, 커뮤니케이션 쪽을 이끌었다. 그래서 넥슨컴퍼니(계열)의 역사와 DNA에 대한 이해가 높다. 김정주 전 대표는 “우리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각으로 늘 저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줬던 분”이라고 강조한다. 넥슨의 초창기 시절 홈페이지 구축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그 무렵 이재교 대표에 대해 “누나같았던 분”이라고 떠올린다. 이재교 대표가 넥슨에 합류하기 전 현대그룹에서 함께 일했던 류근찬 한국조선해양 상무 역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봤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었다”고 평가했다. 줄곧 사회와 호흡해온 이재교 대표가 이젠 최고경영자로서 엔엑스씨라는 브랜드를 얼마나 더 상향시킬지 자못 기대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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