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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곽동연 “연기는 내게 축복이자 행운” [스타★톡톡]

입력 : 2021-05-03 09:09:57 수정 : 2021-05-03 14: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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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그간 쌓아온 경험치들을 마음껏 쏟아부었다. 끊임없는 호평 속에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된다’는 굳은 믿음을 준 작품. 배우 곽동연에게 ‘빈센조’, 그리고 장한서가 특별한 이유다. 

 

지난 2일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곽동연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겁 많은 빌런 장한서를 연기했다. 안하무인 악독한 바벨그룹 총수의 모습부터 단순무식하고 어설퍼서 더 귀여운 ‘빈센조 바보’의 면모까지 스펙트럼 넓은 연기로 캐릭터를 다채롭게 채웠다. 안타까운 가족사로 연민의 감정까지 불러일으키며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빌런으로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곽동연은 지난달 29일 화상으로 ‘빈센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차기작 준비로 짧게 자른 머리로 등장한 그는 “반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촬영하는 동안도 행복했고, 방영 중에도 많은 사랑을 받아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처음 작가, 감독과의 만남에서 곽동연은 장한서에 관해 ‘형에게 완전히 억압된 삶을 살고 있지만 빈센조를 통해 옥죄던 삶을 벗어날 것 같은 인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마치 본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의 마음으로 대본을 기다렸다는 그는 “대본이 너무 재밌고, 예측이 안 됐다. 오히려 시청자분들이 우리보다 더 잘맞추시더라”고 웃으며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대본을 기다렸다. 예측하지 못한 내용이 나올때마다 박수를 쳤다. 뜬금없지 않고 변주하는 대본에 감탄했다”고 했다. 

 

시작과 끝이 완전히 달랐다. 곽동연은 점층적으로 변화하는 장한서의 서사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그려내 설득력을 더했다.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입체적으로 변화해갔다. 형 장한석(옥택연)에 대한 공포감이 가득했던 눈빛에서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탐욕의 눈빛으로, 무차별적 폭력에도 무한 복종했던 모습에서 날아오는 트로피를 피하고 감옥에 가는 장한석의 수갑을 손수 채워주는 태도로 내면의 변화를 그렸다. 빈센조(송중기)를 향한 분노가 관심으로, 동경으로 바뀌는 과정 역시 ‘빈센조’에서 놓칠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부담보다 설렘이 큰 작품이었다. 곽동연은 자신의 많은 얼굴을 꺼낼 수 있을거라 상상했다며 “살면서 축적해 놓은 소스들을 꺼내어 써볼 수 있겠다는 생각,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곽동연은 장한서를 ‘성장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대본에 한서의 일대기가 잘 명시되어 있어서 (표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시청자들이 한서에게 어느 정도의 연민을 가지고 공감해주길 바랐다”는 그는 “오해의 소지 없이 인물의 성장기가 진실되게 보여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답했다. 한서의 성장만큼이나 곽동연도 성장했다. 수많은 선배 배우들, 훌륭한 작가, 감독과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성장의 발판이었다. 그는 “마치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일생을 억압 속에서 살아가던 장한서의 ‘답답함’이 살아남겠다는 ‘독기’로 바뀌었다. 빈센조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맛봤다. 그는 “후반에는 빈센조와 감정적으로 교류하고 그로 인해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로 비치길 바랐다”고 했다.

 

그의 기억속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신은 장한석이 돼지 피를 뒤집어쓴 13회의 엔딩. 빈센조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한서의 장면이다. 곽동연은 “한서가 그렇게 환하게 웃은 건 처음이었다. 사실 방송에 나간 것보다 몇 배는 더 과하게 연기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장한석을 꺾고 내 삶을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느끼는 장면이었다”고 의미를 찾았다.

“억울하고 아팠고 힘들었어요.(웃음)”

 

장한서는 형에게 평생을 당하고 살았다. 그럼에도 ‘억울함’보단 ‘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형의 악행을 보면서 ‘나도 언제 죽을 줄 모른다’는 공포에 가득 차 있었다. 그 두려움을 전달하는 것이 곽동연의 숙제였다. 

 

시청자는 장한서의 표정 변화에 주목했다. 얼굴에 다 티가 났다. 곽동연은 “한서는 그걸 검출만 한 지능도, 의도도 없었다”고 설명하며 “감정의 쓰레기통이 꽉 차서 더이상 숨길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빈센조’ 속 인물들은 몰라도 시청자는 알아챌 수 있는 감정이었다. 그는 “감독님이 포인트를 다 집어 주셨다. 덕분에 칭찬받을 수 있었다”고 겸손한 답변을 이어갔다. 

 

어떤 인물과 붙여 놓아도 돋보이는 곽동연의 케미 역시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곽동연은 옥택연과는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권력싸움을 벌이는 피 튀기는 형제의 모습을, 송중기와는 친형보다 더 친형 같은 브로맨스를, 조한철과는 보기만 해도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 호흡을 자랑하며 극의 흥미를 자극했다.

 

“택연이 형은 밝고 유쾌한 에너지 가지고 계세요. 다만 저는 준우에 대한 애정 하나도 없는 캐릭터 맡아서 너무 많이 친해지지 않도록 조심했죠. 최대한 극 중의 관계가 돋보이도록 노력했어요. 송중기 선배님은 내공이 어마어마하세요. 항상 배려를 많이 해주셨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면서 제가 뭘 하든 다 받아주고 맞춰주셨어요. 

 

빈센조를 만나 장한서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빈센조를 향한 존경심을 쌓았고, 정상적인 기업가가 되고자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만일 장한서의 삶에 빈센조가 없었다면. 만일 빈센조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어떤 삶을 살아갔을까. 곽동연은 “늘 생각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만일 빈센조를 못 만났다면 얼마 가지 않아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거라 본다. (장한서는) 그만큼 위태위태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 같다”고 점쳤다.

 

전작을 통해 인정 받은 박재범 작가, 김희원 감독 조합이었다. “박 작가님 세계관 속에서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다 허용됐다.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빌런이 의외로 허당의 면모도 보인다. 그래서 신마다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빈센조’는 진지하면서도 통쾌했고, 감동적이다가도 이내 코믹해졌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그렸다. 재치 넘치는 순간과 대사들이 시청자를 웃고 울게 만들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배우들의 애드립도 빵빵 터졌다. 빈센조가 쏜 총에 맞은 장한서가 읊조린 “할머니, 왜 왔어?”라는 대사도 곽동연의 아이디어였다.

 

17회, 아이스하키장에서 펼쳐진 빈센조와 장한서의 핑크빛 무드도 그랬다. 대본에는 “나 멍청한 거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시청자는 두 남자의 진한 브로맨스 현장에 웃음을 터트렸다. 곽동연은 이 장면을 언급하며 “툭 쳐서 넘어지면서도 빈센조의 박력에 ‘심쿵’하게 되더라. 빈센조를 향한 애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바로 이탈리아어로 ‘고맙습니다’를 검색했다. 그리고 손동작까지 하면서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스케이트를 탔다. 그렇게 다 내보내실 줄은 몰랐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곽동연이 상상한 장한서의 결말은 이러하다. 빈센조의 조언에 따라 아주 유능한 CEO가 되고, 바벨 기업을 정상화하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 그러나 그는 “전혀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기보다는 ‘납득할 만한’ 결말을 맞이했다. 시청자분들께는 만족스러운 결말일 거라 장담한다”고 답했다.

 

곽동연은 지난해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국회의원의 아들이자 괜찮은 병원의 환자 권기도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고, 올 초 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1-관종’에서 납치범으로 분해 비극적인 청춘의 단상을 그렸다. ‘빈센조’의 똘기 넘치는 장한서까지 독특한 캐릭터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독특한 캐릭터를 자주 보여드리고 있죠. 개인적으로 아픔이 있고, 삶의 어딘가에 결핍이 있는 인물에 조금 더 끌리는 것 같아요. 한서도 그렇고 기도도 그랬죠. 인물의 결핍이 채워지고, 그 모습이 시청자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된다는 것들을 보게 되니 더욱 그래요. 그런 캐릭터들이 배우로서 연기하기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하죠.”

 

2012년 데뷔 후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차곡차곡 자신의 색깔을 구축했다. 데뷔 10년 차가 됐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부끄럽다는 곽동연은 “지금의 고민이나 목표가 여느 때와 다르진 않다. 항상 그랬듯 더 좋은 작품을 만나 더 좋은 연기를 많이 하고 싶다”고 답했다. 

 

막연하게 시작했던 데뷔 초와 달리 지금은 연기하는 이유, 배우라는 직업의 의미에 대해 되새기고 있다.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유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면서 잘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게 큰 축복이고 행운”이라는 그는 “연기하며 100% 만족해 본 적은 없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연기 해보고 싶다. 누군가가 내 연기를 통해 힘을 받는다는 것이 끊을 수 없는 매력”이라고 했다. 

 

‘빈센조’로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한 곽동연의 차기작은 영화 ‘6/45(육사오)’다. 짧게 자른 머리의 이유도 차기작 때문이다. 지난주 촬영을 시작한 ‘6/45’는 밝고 코믹한 분위기의 영화다. 곽동연은 “유쾌한 배우들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빈센조’ 촬영 현장에서 느낀 훈훈함을 어떻게 전도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장한서를 연기한 지난 20회 동안 수많은 호평이 쏟아졌다. ‘빈센조’는 곽동연에게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을 준 작품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믿음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 더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 배우 곽동연.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미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닐까.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H&엔터테인먼트,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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