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문학관 전시실 벽면 따라
이청준·한승원 등 작품 감상
겨울 별미 굴구이·삼합 맛봐야
겨울 감성을 충전하고 싶다면 전남 장흥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본적지로 이제는 문학 여행지로도 부상 중이다.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이 이곳에서 터를 잡고 집필활동 중이기도 하다.
장흥에서 시작된 ‘가사문학’도 살펴보고, 편백나무 숲에서 온몸이 건강해지는 산림욕에 나서보자. 또 편백나무와 천일염으로만 구성된 편백소금집에서 뜨끈하게 몸을 녹이면 완벽한 겨울 여행 코스가 된다. 겨울 장흥을 찾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음식’에 있다. 제철을 맞은 자연산 굴, 키조개와 표고버섯, 한우를 한데 올린 ‘장흥삼합’이 명물이다. 겨울철 장흥에서 꼭 즐겨야 할 요소를 모아 소개한다.
◆장흥 대표 명산 ‘천관산’ 겨울 트래킹
장흥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가 ‘천관산’이다. 기암괴석과 억새평원으로 명성이 높은 천관산은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힌다. 부처바위, 사자바위, 기바위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정상의 바위들이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고 해서 천관산이라 불린다. 억새밭과 기암괴석, 비단 같은 단풍, 탁 트인 다도해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하다.
능선에 서면 전남 일원의 모든 산과 멀리 제주도까지 보일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봄에는 신록의 신선함과 생동감, 여름에는 기운 넘치는 초원 능선, 가을에는 은빛 찬란한 억새능선으로 바뀌면서 장관을 거듭한다. 동쪽 능선 끝자락은 곧장 바닷속으로 빠져들 만큼 바다와 인접해 있고 천관산 능선 어디서든 시원하게 펼쳐지는 다도해 풍경을 볼 수 있어 언제 와도 싫증 나지 않는다.
천관산 주변에는 신라 통영화상이 창건했다는 천관사, 동백 숲과 비자림 숲으로 유명한 천관산자연휴양림, 600여기의 자연석 돌탑과 전국 유명 문학 작가의 문학비로 조성된 천관산문학공원이 있다. 겨울에는 천관산자연휴양림의 아름다운 동백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겨보자.
◆가사문학 발원지 장흥에서 느끼는 ‘문학의 향기’
장흥은 가사문학의 발원지이자 이청준 소설가, 한승원 소설가 등 수많은 현대문학작가를 배출한 고장이다.
이곳에는 천관산문학공원을 비롯해 곳곳에서 장흥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천관문학관, 기양사, 장천재, 탐진강의 정자들, 선학동마을, 남포마을, 송기숙 문학현장, 이청준 문학자리, 이청준의 눈길, 한승원의 달 긷는 집, 한승원 문학 산책로, 회진, 덕도, 신덕리 등이 꼽힌다.
특히 천관산 기슭에 자리 잡은 천관문학관에는 소설 ‘녹두장군’의 송기숙, 아동문학가 김녹촌, 이승우까지 장흥 출신 작가들의 전시물이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운다. 우리나라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청준과 한승원 두 작가의 자료들도 전시돼 있다. 두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비교하며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관문학관은 다양한 전통 문화체험 공간으로 사전 예약만 하면 방문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작가들의 편안한 집필활동을 위한 집필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생태건축 체험하러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갈까
편백숲 우드랜드는 장흥군 억불산 자락 120ha에 60년생 이상의 편백나무 숲 속에 둘러싸여 있다. 친환경 자재로 건축된 생태건축 체험장과 목재 문화 전반을 보고 체험하는 목재 문화체험관에 이르기까지 체험거리가 다양하다.
억불산 정상과 연결된 무장애 데크로드인 말레길, 힐링과 휴식의 장인 치유의 숲에서 산림욕을 하기도 좋다. 이후 천일염과 편백으로만 구성된 온열 치유시설 편백소금집에서 따뜻한 찜질은 코스처럼 즐기기 딱 맞다.
편백소금집은 현대사회에 급속하게 증가하는 환경성 질환인 아토피 피부질환, 고혈압, 뇌졸중 등 현대인의 생활에서 얻어지는 병으로부터 면역력 향상 및 자연치유를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시설이다. 소금동굴, 소금마사지방, 소금해독방, 편백반신욕방, 황토방, 소금 단전호흡방 등을 갖추고 있다.
편백나무는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가장 많이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 치유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통일 기원하러 ‘정남진 전망대’ 올라볼까
지하 1층, 지상 10층으로 세워진 장흥 정남진 전망대(통일기원탑)는 지상 46m 높이 규모다. 광화문의 정남쪽인 장흥군이 대륙의 기운과 해양의 웅비가 조화롭게 교차하는 희망의 상징으로 건설한 랜드마크다. 정남진 전망대에서는 넓게 펼쳐진 득량만 너머로 고흥반도, 득량도, 소록도, 연홍도, 거금도, 금당도 등의 섬을 조망할 수 있다.
◆더글로리 촬영한 ‘빠삐용Zip’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인기인 옛 장흥교도소가 ‘빠삐용Zip’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이는 자유와 해방을 꿈꾸는 영화 ‘빠삐용’과 파일 압축 확장자 ‘zip’의 합성어다. 함께 만들어나갈 공간의 ‘집’까지 확장하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1974년 문을 연 장흥교도소는 2015년 8월 용산면에 신축 교도소가 설립된 후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손꼽히는 로케이션이 됐다. 장흥교도소는 일렬로 배치된 수용 거실이 긴 복도를 따라 정렬된 구조를 갖고 있다. 보통 4개의 감시탑이 있는 것과 달리 5개의 감시탑이 있는 것도 장흥교도소만의 특징이다.
국내 유일의 실물 교도소 촬영지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비롯한 여러 드라마와 영화 등 70여 편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옛 장흥교도소의 민원봉사실은 장흥교도소 아카이브관으로, 직원식당은 교정역사전시관으로 최근 다시 태어났다. 연무관은 영화로운 책방, 여사동은 글감옥이라는 공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장흥교도소 아카이브관은 입구 초입에 자리한 열린 공간으로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장흥의 겨울, 꼭 먹어야 할 ‘굴구이’
남도의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자연산 굴, 그 특별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장흥 굴구이가 제철이다. 해맞이 명소로도 유명한 장흥군 용산면 남포마을에서는 소등섬 앞바다에서 마을 주민들이 채취한 자연산 굴을 직접 불에 구워 먹을 수 있다. 불맛이 더해져 더욱 풍미가 있어 장흥 겨울철 별미로 인기다.
장흥 굴은 자연산 굴이라 크고 신선하며, 매우 쫄깃하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와 고소한 향이 식욕을 돋우어 준다. 장갑을 끼고 열심히 까먹기만 하면 된다. 굴은 영양가가 풍부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아서 겨울철 영양 보충에 좋다. 장흥 굴구이 집에서는 굴구이와 함께 굴무침, 굴전, 굴라면 등 다양한 굴 요리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맛있는 3대장 한입에 ‘장흥삼합’
장흥삼합은 비옥한 갯벌에서 자란 키조개 관자와 참나무에서 자란 표고버섯, 그리고 한우를 한데 먹는 장흥 대표 보양 음식이다.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과 표고버섯의 쫄깃함, 한우의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따로 먹을 때보다 더 음식 맛이 깊어진다.
장흥 으뜸 요리로 정남진 토요시장에 장흥삼합을 하는 집이 많다. 소고기는 별도구매를 해서 음식점에서 삼합 세팅 비용을 별도로 지불하고 먹는 경우가 많다. 신선한 재료다 보니 너무 익히지 않게 구워서 쌈장이나 양념 채소에 곁들여 먹으면 강하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풍미가 입안 가득 느껴진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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