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가버렸다’ 측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병산서원을 훼손한 가운데, KBS가 재차 사과했다.
KBS는 3일 “경상북도 안동시에 위치한 병산서원에서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 중에 문화재를 훼손한 사안과 관련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어 “오늘 안동 병산서원에 드라마센터장과 책임 프로듀서를 급파해 현장 상황을 파악한 결과, 기존에 나 있던 못자국 10여 곳에 소품을 매달기 위해 새로 못을 넣어 고정하며 압력을 가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KBS는 “제작팀이 못을 넣었던 곳은 병산서원 만대루 기둥 보머리 8곳과 동재 보머리 2곳 등 10여 곳으로, 현재 일부 언론이 보도한 ‘만대루 기둥 못자국’ 사진과는 관련이 없는 곳”이라며 “기존에 못자국이 있는 곳이더라도 새로 못을 넣어 압력을 가한 행위는 문화재 훼손에 해당됨으로 이 사안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 “촬영과정에서 제작팀은 소품을 거는 것이 가능한 위치인지를 사전에 병산서원을 관리하고 있는 별유사님께 검토를 받았고, 별유사님 입회하에 촬영을 시작했다”며 “경찰 수사 및 안동시와 국가유산청 조사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또한 향후 훼손된 부분의 복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이야기했다.
KBS는 “드라마 외주제작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는 교육을 실시하고, 향후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 가이드라인에는 문화재와 사적지, 유적지에서 촬영을 진행할 경우 문화재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거나 전문가 입회 하에 촬영을 진행하는 내용 등을 담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촬영 중 벌어진 문화재 훼손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와 실망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수사기관과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문화재 훼손은 건축가 민서홍이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께 병산서원에 들렀다.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소중한 문화재”라며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 중년 신사분이 항의했고,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 스태프들은 ‘안동시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 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며 적반하장으로 성을 냈다”고 알렸다.
이에 KBS는 2일 공식 입장을 통해 “해당 사건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제작진은 지난 연말 안동 병산서원에서 사전 촬영 허가를 받고,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람객으로부터 문화재에 어떻게 못질을 하고 소품을 달 수 있느냐는 내용의 항의를 받았다”면서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에 있다”라고 사과했다.
한편, 이날 국민신문고에는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사건’이라는 제목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경북경찰청은 안동경찰서에 배당할 방침이다. 또한 안동시는 KBS 드라마 촬영팀이 문화재에 허가 없이 망치와 못을 이용한 행위 자체가 잘못된 행동인 것으로 규정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아 훼손 범위와 상태 등을 확인해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박민지 온라인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