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큰 동기부여를 얻었어요.”
프로야구 두산의 외야수 김민석이 새 팀에 합류하게 된 각오를 되새겼다. 지난 22일 롯데와의 ‘빅딜’ 트레이드가 발생하면서 외야수 추재현, 투수 최우인과 함께 곰 군단의 일원이 됐다. 무려 선수 5명이 유니폼을 바꿔 입는 2대 3 트레이드였다. 두산에서는 신인왕 경력의 필승조 정철원과 내야 유틸리티 전민재를 롯데로 보냈다.
가장 화제를 모은 선수는 단연 1라운더 출신 김민석이다. 24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4 곰들의 모임’에 참석해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민석은 “트레이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솔직히 믿지 않았다”며 “다들 내게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인터넷을 보니 기사가 하나둘 나오더라. 그제야 실감이 났다”고 전했다. 참고로 지난 22일 당시 김민석은 일본 미야자키에서 롯데 소속으로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어 “그날 오후부터 훈련에서 빠졌고, 호텔 로비에서 (추)재현이 형이랑 하루종일 멍하니 앉아있던 걸로 기억한다.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모르겠다. 나중에 (롯데) 형들이나 선배들 보면 그때는 울컥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이틀의 시간, 롯데 팬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 이에 롯데 팬들을 향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운을 뗐다. 김민석은 “내 유니폼을 구매했던 팬들께서 실망하는 일 없도록 약속드렸는데, 그걸 지키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프로 무대에 오기 전부터 ‘타격 천재’로 각광받았다. 또 입단 첫해 곧바로 1군에서 활약했다. 정규리그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5(400타수 102안타) 3홈런 39타점 16도루 성적을 남겼다. 다만, 이듬해 2년차 징크스에 흔들렸다. 올 시즌 41경기 동안 타율 0.211(76타수 16안타)로 부진했다.
그럼에도 김민석의 잠재 가치를 믿고 있는 두산은 외야의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노린다. 팀 관계자는 “당장 새 얼굴이 필요한 건 아니다. 외야에 더 치열한 경쟁과 긍정적인 시너지를 가져오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아쉬웠던 올 시즌을 돌아본 김민석은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게 많았다.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도 못 들면서 쫓기는 기분에 시달렸고, 빨리빨리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운드 위 투수와 싸우지 못하고,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거듭했던 것을 패인으로 꼽았다.
트레이드를 ‘전환점’으로 삼고자 한다. “두산에서 나를 좋게 봐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한 김민석은 “스스로 의욕이 떨어질 때쯤 엄청 큰 동기부여를 얻었다. 정규리그 때만 해도 스스로 작아졌단 느낌을 받았는데, 때마침 10월 교육리그를 소화하면서 내 본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롤 모델인 외야수 정수빈의 뒤를 따라가는 게 새 목표다. 김민석은 “8, 9살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방문했던 잠실야구장에서 생애 첫 유니폼을 샀다. 아버지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새기자’고 하셨고, 그게 (정)수빈 선배님의 유니폼이었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제는 팀 동료가 된 만큼 가까이서 보고 배울 생각이다. 특히 외야 수비 시 안정적인 포구와 정확하고 강력한 송구 노하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문부호를 잘 안다. 특히 불안 요소로 꼽히는 외야 수비가 대표적이다. 그렇기에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김민석은 “2년 전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외야수를 소화했다. 아직은 적응 기간이고, 여전히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결과는 달라진다. 야구 잘하고, 스타성 있는 선수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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