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커터만 고집했을까.’
KT가 위기에 몰렸다.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치른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6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KT는 1승2패로 위기에 몰렸다.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패하면 가을 야구는 끝이 난다. 4차전에서 승리하더라도 5위 결정전, 와일드카드를 계속 거쳐온 KT는 준PO마저 5차전까지 가야하는 체력적인 부담을 안아야 한다.
이날 패배는 LG 오스틴에게 허용한 3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5회초 오스틴에게 스리런 아치를 내줬고,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오스틴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기 직전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5회초 선두 타자 문성주를 파울플라이로 잡아낼 수 있는 기회를 1루수 오재일과 포수 장성우의 콜 플레이 미스로 놓쳤다. 사실 이 부분이 LG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선발 투수로 나선 벤자민의 볼 배합에 물음표가 달린다. 벤자민은 3회까지 슬라이더를 주로 활용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2회 박동원에게 슬라이더만 2개를 던지다 솔로포를 허용했다. 3회 홍창기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것도 슬라이더였다. 슬라이더가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4회부터 커터의 비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4회 피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자 5회 커터의 비율을 급격하게 올렸다.
선두타자 문성주에게 커터만 4개를 던졌고, 풀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볼이 되면서 볼넷을 허용했다. 이 장면에서 커터에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이어 타석에 들어선 홍창기에게 4개의 공을 던졌는데 모두 커터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신민재에게 안타를 맞을 때까지 던진 3개의 공도 모두 커터였다. 홍창기부터 신민재까지 두 타자에게 총 7개의 공을 던졌는데, 다른 구종은 없었다. 모두 커터였다.
문제는 신민재에게 커터로 안타를 허용했다면, 변화를 줄 법도 했다. 하지만 벤자민은 어김없이 타석에 들어선 오스틴을 상대로 초구 커터를 선택했다. 오스틴을 커터를 기다렸다는 듯이 초구를 그대로 받아쳤다. 정확하게 방망이에 맞은 공을 하늘로 치솟아 좌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투수의 구종 선택을 평가한다는 것은 모두 결과론적이다. 커터만 던져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면 최고의 선택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반대의 경우 보이지 않는 실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1번 홍창기부터 3번 오스틴까지 현재 LG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세 타자를 상대로 모두 커터만 던졌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수원=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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