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구가 최고의 시대를 맞이했다.
필립 블랑 감독이 이끄는 일본 남자배구 대표팀은 1일 폴란드 우츠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1-3(23-25 25-18 23-25 23-25)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출범해 내로라하는 배구 강국들이 참가하는 전장인 VNL에서 일본은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22년 5위에 이어 2023년 아시아 최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구가 2018년 1승14패, 최하위로 강등되며 VNL 무대에서 퇴장한 것과 사뭇 다른 행보.
올해 더 가파른 성장세로 VNL 무대를 누볐다. 예선을 9승3패 4위로 통과했다. 8강에서는 캐나다를 꺾었고, 지난 30일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4강전은 무려 셧아웃 승리로 장식하며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우승 후보 폴란드를 준결승에서 꺾고 올라온 프랑스를 상대로도 분전했다. 세계 최고의 배구 리그로 불리는 이탈리아 무대에서 활약하는 ‘일본 배구 아이콘’ 이시카와 유키가 17득점을 올리며 주장의 품격을 보였다. 그의 뒤를 잇는 신흥 스타 니시다 유지가 11득점, 공격효율 47.06% 등으로 힘을 보탰다. 공격 득점에서는 58-55로 프랑스를 오히려 앞질렀지만, 블로킹에서 5-11로 밀린 끝에 고개를 떨궜다.
이시카와는 이번 대회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에 선정됐다. 아울러 베스트 리베로에도 일본의 야마모토 도미히로가 이름을 올렸다. 이시카와는 준우승 이후 “결승 진출만으로 매우 기쁜 결과지만, 오늘은 분명 힘든 경기였다”며 “프랑스의 우승을 축하한다. 이번 결승 경험은 우리 대표팀에 좋은 경험이었다. 다가올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세대교체의 성공 및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신체적 열세를 이겨내는 고강도 훈련으로 빚어낸 결과물이다. 2021년 9월에 2020 도쿄 올림픽 종료 후, 수석코치를 역임하던 프랑스 출신 필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이어진 성과가 이번 은메달 영예로 귀결됐다.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통과까지 이뤄낸 일본의 시선은 이제 다가올 파리 무대로 건너간다. 1972년 뮌헨 올림픽 금메달 이후 52년 만의 메달을 정조준한다. 1996 애틀랜타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예선 탈락만 5번을 겪었던 일본은 2020 도쿄 대회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7위를 기록한 바 있다. 3년 만에 확 달라진 국제 위상 속에서 메달 입상에 도전한다.
필립 감독은 파리 올림픽까지 일본을 지휘한 후, V-리그 현대캐피탈 감독으로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딜 예정이다. 국내 배구 팬들이 일본 남자대표팀의 올림픽 여정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배경이다.
한편, 일본은 지난달 VNL 여자부 결승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세를 이어 역시 파리에서의 메달을 겨냥한다. 일본은 1964 도쿄,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8년 만에 다시 금빛 스파이크를 노린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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