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와우 아트스쿨
SM엔터·삼성서울병원 협업
인공와우 수술 난청 환아에게
K팝 보컬·댄스 프로젝트 진행
음정·발음 개선 등 치료 효과
처음엔 긴장감에 소극적 반응
목소리 울림에 어색해하기도
보컬·춤 실력 늘며 자신감 '쑥'
아이돌 꿈꾸는 아이들도 생겨
“떠나가다가 돌아서서 말했지/‘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지난 일요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SM유니버스. 이곳 보컬 레슨실에서 비비의 ‘밤양갱’ 노래가 다정하게 울려 퍼진다. 노래를 부른 주인공들은 아이돌 연습생이 아닌 평범한 초등학생 여자아이들이다.
조금 더 특별한 점이 있다면 선천성 난청을 극복하고 세상과의 소리에 보다 또렷하게 연결되는 중이라는 것. 최근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아이들은 SM유니버스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SM엔터테인먼트와 삼성서울병원의 ‘스마일 와우 아트스쿨(SMile WoW artschool)’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꿈을 펼치고 있다.
두 기관은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선천성 난청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K팝 보컬·댄스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SM의 종합예술교육기관 SM유니버스가 스마일와우 아트스쿨의 수업 장소와 맞춤형 커리큘럼, 전문 강사진 수업 등을 도맡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케이팝’을 실현하는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환아 11명이 지난 3월부터 8주간의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다. 막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고, 중학생도 참여하는 중이다.
SM과 삼성서울병원은 수술 후 소리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한 상황에 케이팝을 활용하자는 데 공감했다.
전문 보컬 및 댄스 레슨을 통해 박자감과 음정, 발음 개선 등의 치료적 효과는 물론 자존감과 자신감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던 것.
이는 제대로 통했다. 아이들은 궁금했던, 불러보고 싶던 가수들의 노래를 선생님과 함께 차근차근 배우며 듣고 노래하는 즐거움을 익혀나가고 있다.
아이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노래, 춤을 배우고 ‘조금 더 잘 듣는 연습’이 필요한 친구들과 서로 동기를 부여한다. 한주 한주 늘어가는 노래, 춤 실력에 자존감도 쑥쑥 향상된다.
프로젝트의 중간 지점이 지나간 현재, 처음엔 긴장감이 역력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선생님들에게 웃으며 장난치며 인사를 건넨다는 게 SM유니버스 측의 설명이다. 스마일 와우 아트스쿨을 통해 ‘진짜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도 생겼다고.
장재원 SM유니버스 대표도 틈틈이 ‘일요 출근’에 나서며 아이들과 안부를 묻는다. 이날 만난 장 대표는 보컬 수업 중인 남학생들과 인사를 나눴다. 수업 중 어떤 게 가장 재밌냐고 물으니 약속한 듯 ‘노래’라고 답해 레슨해주는 선생님의 기를 세워준다.
한 아이는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라며 지금 배우고 있다는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의 한 소절을 즉석에서 들려준다.
장 대표는 “학교도 가고, 일요일에 쉬지 못하고 레슨하러 오는데 괜찮아?”라고 우려했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너무 재밌어요.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고 입을 모아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어지는 댄스 레슨에서는 여학생, 남학생 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처음엔 쭈뼛쭈뼛, 어린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남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음악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귀여운 복장으로 아이돌 못잖게 귀여움을 뽐내기도. “선생님이 오늘은 얼마나 잘 추나 볼거야”, “이미 집에서 연습했어요”라며 서로 장난을 치는 등 친밀함이 엿보였다.
처음부터 이렇게 완벽한 라포(rapport)가 형성된 걸까. 이날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김태준 SM유니버스 보컬 매니저는 프로젝트 초기에는 아이들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긴장했다고 돌아봤다.
수많은 강단에 서본 그이지만 인공와우 수술을 마친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고도 말했다.
김태준 매니저는 “난청인 친구들이 보컬을 배우는 게 건청인 아이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시작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해를 기반으로 수술받은 아이들이 따라오기 쉽게 소리를 내고 노래부르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짰다.
김 매니저는 무엇보다 아이들을 너무 특별대우하지 않으려 했다고. 그는 “소통이라는 것은 단순히 듣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지 않나. 건청인 아이 중에도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아이가 있다(웃음)”며 “다행히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들도 선생님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있다. 매회 매회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어서 흡족하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에 대해서 물었다. 김 매니저는 이를 통해 단순히 무언가 노래 한곡을 완곡한다는 것의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태준 매니저는 “교육이라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성과가 있어야 한다”며 “다만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기업적 성과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기초부터 다져 올바르게 음성을 활용하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는 가능성이 큰 것 같다”며 “아이들은 처음에 소리내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다. 자신이 내는 목소리의 울림이 어색해서다. 친구들이 놀리니까 더 위축되고. 이번 보컬 레슨을 통해 노래를 부르고 듣고 즐기며 ‘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벽이 낮아진 게 큰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댄스수업도 큰 몫을 했다”며 “춤을 배우며 친밀감을 토대로 리액션이 나오지 않나. 이런 요소도 소리를 내는 데 시너지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뿌듯한 순간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태준 매니저는 “아이들이 말하고, 듣는 것을 즐거워하고 표현할 때”를 꼽았다. 그는 “몇 명은 아이돌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빛이 나는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향후 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보재 제작을 통해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보다 정확한 발음을 구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어 ‘가갸거겨’ 소리를 낼 때 ‘어디에서 어떤 소리가 난다’고 배우지만 정확히 이를 연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올바른 발음으로 힘을 주는 방법을 영상 등으로 남겨 목 근육 하나하나 잡아주며 ‘내가 제대로 소리를 내고 있나’ 확인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SM은 이번 프로젝트 이후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김 매니저는 “이제 첫 프로젝트의 중간점이 지나가는 시점이다. 기회가 된다면 현재의 소규모 그룹 형태를 넘어 1대1 레슨으로 보다 면밀한 교육에 나서는 것도 좋겠다”고 전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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