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비행에 힘을 실을 연료가 도착했다.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이 파죽의 7연승을 달린다. 5라운드 삼성화재전부터 6라운드 한국전력전까지 매번 승리를 챙겼다. 2023~2024시즌 가장 긴 연승 행진이다. 최근 10경기 전적도 9승1패다. 정규시즌 우승을 걸고 우리카드와 벌이는 막판 순위싸움 중 찾아온 호재다.
더 반가운 소식이 있다.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의 부활 조짐이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 속에 시즌 출발을 함께 하지 못했던 그는 3라운드가 돼서야 첫 경기를 소화했다. 움직임은 예전 같지 않았다. 전성기 시절 화끈한 스파이크나 상대 코트를 위협하는 강서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을 믿었다. 4라운드 중반부터 꾸준히 스타팅으로 출전했다. 공격력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높은 리시브 효율(48.68%)을 자랑하는 그의 수비 능력이 코트 밸런스를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신뢰가 효과를 낸다. 부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그가 드디어 공격에서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4일 OK금융그룹전, 커리어하이(84%)에 준하는 82.35%의 높은 공격성공률과 함께 16점을 내며 시즌 최다 득점을 썼다. 27일 한국전력전에서는 시즌 최다 서브에이스 4개를 건지며 17득점으로 기록을 끌어올렸다. 공격점유율도 25.27%를 찍으며, 시즌 평균 점유율(7.57%)을 크게 상회했다.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지석은 “몸 상태는 80% 정도다. 블로킹 빼고는 연습하고 있는 만큼 경기력이 나오고 있어 뿌듯하다. 팀의 연승도 모르고 있었는데, 좋은 결과도 따라줘 기분 좋다”며 오랜만에 밝게 웃었다.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그는 “프로 데뷔 후 이렇게 저점이었던 적은 없었다”며 “단순히 아픈 건, 다음 시즌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부진에) 갇혀버릴까봐 팀에서 걱정이 많으셨다. 다시 올라오게 도와주신 코칭스태프 분들과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1월 득녀하며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됐다. 그는 “제 기록에 상처받고 집에 돌아갈 때가 있다.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때마다 아이를 보면서 살아가는 느낌을 받는다”며 가장으로서 느끼는 사랑과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달려갈 일만 남았다. “가장 중요한 시기가 왔다. 사실 진작에 제가 잘했으면 이런 상황도 오지 않았을 거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마침 대한항공은 다음 달 6일, 우리카드와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그는 “다른 팀이 잡아주는 것보다 맞대결을 이기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 경기를 지면 상대전적도 2승4패로 열세가 된다. 우승 이전에 자존심이 걸렸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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