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왕자’가 꿈틀댄다.
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은 힘든 2023∼2024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1라운드 성적 1승5패, 승점 3점 획득에 그쳤다. 2라운드 첫 단추를 채운 우리카드전도 패배로 마무리 됨에 따라 4연패로 1승6패, 최하위로 자존심을 구기고 있었다.
여러 요인들이 혼재했다. 부상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서재덕의 드라이브가 걸리지 않는 가운데, 팀의 주포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도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팀 차출 등으로 팀원들과 뒤늦게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여기에 자금난을 겪던 한국전력의 배구단 매각설까지 밖에서 팀을 흔들었다.
무엇보다 팀에서 큰 기대를 걸던 젊은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의 성장통도 문제였다. 지난 시즌 36경기 145세트에 나서 306득점, 공격성공률 49.68%를 찍으며 완벽한 주전으로 도약했다. 국내 선수 가운데 최다 득점 9위를 찍으며 또 한 번의 레벨업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앞선 7경기서 61점을 내는 동안 공격성공률 37.41%, 공격효율 10.79%라는 안타까운 수치를 남겼다. 지난 시즌 23개였던 공격 범실은 올 시즌 7경기 만에 11개를 찍었다. 여러모로 움직임이 둔했고 세터 하승우와의 호흡도 맞아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타이스-서재덕-임성진 삼각편대가 모두 침묵했다. 한국전력이 팀 득점(576점) 및 팀 공격성공률(49.24%)에서 모두 꼴찌로 처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스포츠의 단순한 이치지만, 점수가 나야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법이었다.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임성진의 부활, 그 미션이 14일 OK금융그룹전에서 현실이 됐다. 기대하던 ‘수원 왕자’의 모습이 코트에 수놓아졌다. 이날 13득점, 공격성공률 66.67%로 완벽히 살아났다. 1세트에만 6점을 폭발시키며 기선제압의 선봉장에 섰고, 2세트에는 성공률 100%로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거듭났다. 그대로 3세트까지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면서 쾌승의 일등공신으로 거듭났다.
올 시즌 두 번째 두 자릿수 득점이자 최고 공격성공률이 찍힌 경기다. 부활을 선언하기에 안성맞춤인 한판이었다. 팀의 연패를 끊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값지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첫 3-0(25-23 25-22 25-21) 셧아웃 승리를 홈 팬들에게 선물하면서 반격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지난 시즌에도 한때 9연패 수렁에 빠지며 흔들렸던 한국전력은 빠르게 팀을 정비했다. 봄배구까지 나아가 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드라마를 작성한 바 있다. 임성진이 다시 한 번 팀을 깨우는 기폭제가 되려 한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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