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복덩이가 될 수 있을까.
프로야구에 부는 신인 열풍만큼 반가운 건 없다. 지난해 통합우승에 이어 왕좌 사수를 꿈꾸는 SSG에도 주목해야 할 얼굴이 있다.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 지명을 받은 우완 투수 이로운(19)이다.
◆대포 쏘는 루키
대구고 시절 시속 15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뿌리며 이름을 날렸다. 기대를 증명하듯 스프링캠프 참가에 이어 개막 엔트리까지 진입했다. 개막 이틀 만인 4월2일 인천 KIA전에 빠른 데뷔를 신고했다. 이후 4월20일 수원KT전 데뷔 홀드, 지난 7일 광주 KIA전에서는 첫 구원승을 따내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엔트리 말소가 단 10일이다. 붙박이 1군 멤버 이미지를 굳혀간다. 그는 “등판이 조금씩 늘고 있다. 잘하든 못하든 다음 경기 집중하는 것만 생각 중이다”며 첫 시즌을 치르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기복이 조금 있는데 항상 ‘내가 좋을 때’만 생각하며 경기에 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는 단연 패스트볼이다. 올 시즌 최고 구속이 152.9㎞(트랙맨 기준)가 찍혔다. 평균 구속은 148.9㎞로 모두 SSG 불펜 중 1위다. 김원형 감독도 “구위만큼은 불펜에서 가장 좋은 선수”라며 엄지를 세운다. 본인도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이다. 타자들 상대하며 결과도 나오니 내 공이 먹힐 것 같다는 느낌도 생긴다”며 밝게 웃었다.
초점은 역시 제구다. 투수 출신 김 감독은 제자들의 볼넷에 엄하다. 이로운은 “구속은 꾸준히 잘 나와서 신경 안 쓴다. 중요한 건 볼넷이다. 그것만 안 주면 실점이 없다”며 핵심을 짚었다. 실제로 볼넷이 없던 11번의 등판에서 10번을 무실점 했다. 그는 “초구 스트라이크에 최대한 집중하고 내 공을 믿고자 노력 중이다. 구석을 찌르기보다는 존을 넓게 보고 포수 선배 믿고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낙천적인 ‘MZ’ 투수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MZ’세대 하면 뺄 수 없는 MBTI(성격유형검사)에서 ‘ESFP’가 나온다. 특히 즉흥적인 성격을 상징하는 마지막 ‘P’에 집중한다. 그는 “원래 낙천적이고 충동적인 100% ‘P’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걸 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이어 “마운드에서 철저한 계획을 세우다 보니 예민한 투수들이 있는데, 제겐 해당되지 않는다. 아무거나 일단 해보자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게 큰 도움이 된다”고 미소 지었다.
시너지를 낼 무기도 갖췄다. 그는 “학창 시절 던지던 슬라이더는 움직임은 크지만 패스트볼에 비해 많이 느렸다. 그래서 그립을 바꿔 130㎞ 후반에 형성되는 빠른 슬라이더를 추가했다. 속구처럼 가다 떨어지니 카운트를 잡는 데도 유용하다”며 비결을 소개했다.
22경기 3승 4홀드 평균자책점 5.06(26⅔이닝 15자책점)를 기록 중이다. 더 나은 수치를 꿈꾼다. 그는 “승리, 홀드, 세이브 세 지표를 합쳐 두 자릿수가 되는 게 목표다. 감독님께서 믿고 경기에 내보내주시는 만큼 보답할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