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60.1㎞.’
토종 투수들의 ‘꿈의 구속’으로 여겨지던 숫자가 나왔다. 프로야구 한화 우완 문동주(20)가 역대 한국 투수 구속 신기록을 썼다. 1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1회말 첫 이닝에 역사적인 공을 뿌렸다.
리드오프 류지혁을 삼진으로 처리한 후, 박찬호를 상대했을 때였다. 시속 145㎞ 슬라이더와 128㎞ 커브로 순식간에 노볼 투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를 찌른 이 공은 박찬호를 얼어붙게 만들며 루킹 삼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공의 구속은 중계 방송사 트랙맨 데이터에 161㎞가 찍히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다만 KBO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가 PTS(Pitch Tracking System·투구추적시스템)로 측정한 바에 의하면 구속은 소폭 감소한 160.1㎞가 찍혔다. 그럼에도 스포츠투아이가 2011년부터 구속 데이터를 모은 이래 국내 선수 역대 최고 구속 기록이며 꿈의 ‘100마일(약 161km)’에 거의 근접한 구속이기도 하다.
국내 투수 종전 1위는 최대성(롯데)이 2012년 9월 7일 기록한 시속 158.7㎞, 2위는 안우진(키움)이 지난해 9월 30일 기록한 158.4㎞다. 그 뒤를 한승혁(당시 KIA)의 157.7㎞, 조요한(SSG)의 157.5㎞, 조상우(키움)의 157.2㎞가 이었다. 문동주는 단숨에 이 모든 기록을 모두 뛰어넘고 1위로 치고 올랐다.
문동주는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6일 대구 삼성전에서 156.2㎞로 개인 최고 구속을 기록한 데 이어 자신의 시즌 두 번째 등판을 맞아 구속을 4㎞ 가까이 끌어올렸다. 아직도 날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기에 시즌을 거듭하면서 그의 구속이 더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외인 투수까지 기록을 확장하면 리그 역대 최고 구속에는 미치지 못했다. 해당 기록은 레다메스 리즈(LG)가 가지고 있다. 그는 2012년 9월 24일 SK(현 SSG)전 1회말에 162.1㎞를 찍어 역대 최고 구속 기록을 보유했다. 리즈가 역대 구속 1~9위를 모조리 휩쓴 가운데, 그의 이름을 빼면 파비오 카스티요(한화)가 2016년 기록한 160.4㎞가 뒤를 잇게 된다.
리즈와 카스티요 두 선수를 제외하면 160㎞를 넘긴 외국인 투수도 없다. 문동주는 그 세 번째 주인공에 한국 투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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