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가득 보리쌈밥 물레방아식당
100년 맞은 한정식 천일식당 유명
날것으로 김에 싸먹는 삼치회에
명물 고구마빵도 잊지말고 맛봐야
꽃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온다. 중부지방은 아직 겨울 옷을 입고 있는 애매한 계절이지만 ‘땅끝 마을’이 있는 해남은 봄 분위기가 완연하다. 들판은 이미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대부분은 마늘과 청보리다.
해남의 꽃구경은 ‘매취순’으로 유명한 보해에서 운영하는 보해매실농장에서 시작해 대흥사, 미황사 등 고찰 주변으로 이어진다.
매화, 산수유, 벚꽃 등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는 광양, 구례 등 남도 전역에 포진해 있다. 해남은 봄 나들이 리스트에 올릴만 한 지역 중 가장 멀지만 ‘미식’을 앞세워 타 지역과 차별화를 꾀한다. 인근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남도음식’의 정체성이 살아 있다. 해남에는 이른바 ‘8미(味)’가 있다. ▲닭 코스요리 ▲보리쌈밥 ▲떡갈비 ▲한정식 ▲삼치회 ▲생고기 ▲황칠오리백숙 ▲산채정식이 여행객의 침샘을 자극한다. 쭈꾸미, 갑오징어, 보리숭어도 봄에 많이 난다. 가성비는 기본. 만원 짜리 음식도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나온다.
◆보리쌈밥-물레방아 식당
조밥에 김치를 얹어 한 숟가락 삼기는 순간 싱싱한 쌈 채소와 밑반찬 15가지가 상에 가득 깔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보리쌈밥 주인공인 ‘보리밥'이 큰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온다.
식이섬유와 아미노산이 풍부한 보리밥에 해남에서 자란 농산물로 만든 나물들을 골라 넣은 후 고추장과 참기름을 양껏 넣어 쓱쓱 비벼 먹는 순간 집 나갔던 입맛이 금세 돌아온다.
상추 위에 보리 비빔밥, 당귀를 얹어 정성스레 쌈밥을 싼다. 한입에 머금은 쌈밥을 오물거릴 때마다 향긋한 당귀 향이 가득 퍼진다. 여기에 삼산 두륜탁주를 곁들이니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곁들임으로 나오는 엉겅퀴 쑥국도 별미다.
◆한정식-100년 노포 ‘천일식당'
나의 문화유산 답시가 1권에 등장하는 밥집이 해남 천일식당이다. 저자인 유홍준은 “조선 백반의 진수를 보여주는 3대 한정식집 중 하나로 맛이 화려하고 푸짐하며 환상적”이라 평했다. 천일식당은 올해 100살이 됐다. 창업자인 고(故) 박성순 여사가1924년 해남장터에서 시작한 식당이 3대째 이어진다.
천일식당은 현대화된 흔한 한정식집과 다르다. 일단 ‘상받는 재미’가 있다. 텅 비어있는 방에 들어가 앉아 기다리면 산해진미가 커다란 교자상에 담겨 들어온다. 젓갈이 많이 들어가는 해남 음식은 묵직하고 진한 맛이다.
보리굴비와 떡갈비를 옵션으로 시킬 수 있는데 주방에 있는 거대한 숯불 화덕에서 구워낸다. 떡갈비는 소갈비에서 살을 발라내 간장과 육수, 설탕, 참기름을 섞어 만든 양념에 버무려 모양을 잡아 숯불에 구워낸 음식이다.
‘가성비’를 원한다면 해남 땅끝마을, 송호해변에 있는 ‘본동 기사식당’에 가보자. ‘땅끝 주유소’ 부근에 있다. 김치찌개와 갈치백반을 주문하니 상다리 부러지게 반찬이 먼저 깔린다. 고급 반찬인 전복장도 여기서는 기본 밑반찬이다. 1인분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전라도한정식', ‘한성정', ‘땅끝기와집'이 한정식으로 유명하다.
◆삼치회
구이와 조림으로 유명한 삼치지만 남해안 사람들은 ‘날것'으로 즐긴다. 삼치는 등과 배에 기름이 오르기 시작하는 9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삼치회는 양념장에 찍어 김에 싸서 먹는다. 이학식당, 바다농장이 유명하다.
◆해남 명물 고구마빵
해남이 품은 또 다른 자랑거리는 ‘고구마'다. 해남은 낯설어도 해남 고구마는 익숙하다.
해남 지역 토양은 고구마 재배에 적합하다고 한다. 해남이 오랫동안 고구마 특산지로 주목받는 이유다.
고구마가 뜨니 고구마를 활용한 빵 만들기 체험도 덩달아 인기다. ‘더 라이스'에서는 고구마 색과 비슷한 홍국쌀 반죽에 고구마 속을 넣어 고구마 쌀빵을 만든다. 준비된 반죽을 다섯 개 분량으로 미리 떼어 나눈 후 고구마 소를 넣고 송편을 빚듯 만들면 된다. 다만 앙금을 많이 넣어야 고구마 빵이 커지고 더 맛이 좋다는 점을 유념하자. 만들기가 끝나면 매장 내 오븐에서 빵을 구워준다. 잘 구운 빵은 현장에서 바로 맛볼 수 있고, 준비된 상자에 담아 선물처럼 가져가도 된다.
기차여행 전문 해밀여행사는 해남 미를 주제로 ‘KTX로 떠나는 두근두근 해남 미식체험&힐링 기차여행’ 상품을 운영 중이다. 미식 체험과 함께 대흥사, 땅끝마을, 포(4)레스트수목원, 울돌목 위를 지난 명량 해상케이블카 등 해남군의 주요 관광자원도 둘러보고, 해남 특산품 고구마를 활용한 고구마 빵 만들기, 찾아가는 양조장 체험 등을 한다. 해남군 관계자는 6일 “최근 수요자 맞춤형 여행상품이 대두됨에 따라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면서 즐길 수 있는 미식여행 상품을 기획했다”며 “4월부터는 여행상품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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