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펜으로 그린 반지, 생일 선물로 준 머리끈, 회사에서 벌어진 주먹다짐까지. 배우 정가람이 연기한 ‘사랑의 이해’ 정종현이 벌인 사건(?)들이다. 답답하면서도 공감됐다. 찌질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 정가람은 “정종현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종현의 감정을 대신 전했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JTBC ‘사랑의 이해’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사랑의 이해’는 은행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네 사람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정가람은 KCU 은행 영포점의 은행 경비원이자 경찰 공무원 고시생 정종현으로 분해 안수영(문가영), 하상수(유연석), 박미경(금새록)과 사각 관계의 한 축을 맡았다. (인터뷰①에 이어)
“시청자분들이 종현과 수영을 두고 ‘식탁에 앉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식탁에만 앉으면 숨이 막힌다고요. 둘도, 넷도 밥을 먹지 말라고 하셔서 재밌었어요. 수영이랑도 누가 봐도 종현이 잘못했는데, 못난 이야기만 하잖아요. 누가봐도 종현이 잘못했는데, 솔직하지 못하면서 더 화만 내고 비꼬았죠. 정말 나쁘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하면서도 자존감에 상처가 됐죠.”
네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있었다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도 있었다. 시청자는 점점 더 과몰입 했고, 인물들의 한 마디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분노하고 슬퍼했다. ‘사랑의 이해’가 가진 힘이었다.
극 중 종현의 대사와 행동들은 단골 토론(?) 주제였다. 정가람은 “지인들도 ‘돈을 왜 가져가냐’고 이야기하며 혼내더라. 나도 가져가기 싫었다”며 웃었다. 사인펜으로 그려주는 ‘알이 큰 반지’도 시청자의 격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관해서는 “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노력했어야 했지만 낭만은 있었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은 ‘(생일 선물로) 머리끈을 줄거면 주질 말지’라고 하더라”고 했다.
부모님의 병원비를 보내기 위해 수영에게 다시 금전적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수영에게 커플링을 선물했다. 이 장면에 대해서도 종현의 상황과 마음을 대신 전하며 정가람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한 행동이지 않을까. 사실 반지도 거리에서 파는 저렴한 반지를 사고 케이스도 다이소에서 샀을 것 같다. 어떤 반지인지도 중요하겠지만, 능력이 안 된다 해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 같다”며 “노력한다 해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종현이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관계는 이미 깊어졌고, 오래 함께했고, 떨어지는 게 무서웠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수영이 상수와의 관계를 놓지 못하고 있을 즈음, 종현도 함께 스터디를 하는 여학생과 가까운 사이가 된다. 아무 사이도 아니라며 깜짝 놀라는 종현, 노골적으로 수영을 견제(?)하는 여학생 사이엔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보온병에 차를 타주는 정성도 보인다. 정가람은 “보온병을 들켰을 때 나도 모르게 손을 꽉 쥐게 되더라. 사실 차를 탈 때도 생각을 했을 것 같다. 한편으론 이런 게 통한다는 생각에서 해준 것 같기도 하다”며 “당연히 바람이라 생각한다. (수영과는) 이미 끝난 관계였고, 정신적으로 환기 시킬 곳을 찾지 않았을까. 정확하게 정리하지 못했고, 갚아야 할 것이 있으니 변명만 남았던 것 같다”고 둘의 관계를 돌아봤다.
“사랑하며 찌질한 면은 누구나 있어요. 종현이는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안수영과 연애를 시작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수영의 집에 얹혀 살기 시작했다. 고시를 준비하며 동거를 했고,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연인의 도움을 다시 받아야만 했다. 눈치도 보고 버럭 하는 일도 많아졌다. 후반부, 종현을 향한 시청자의 반응은 회를 거듭할 수록 격해졌다. 정가람은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라며 웃어보였다.
종현이 은행을 찾아가 소경필(문태유)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신은 충격적이었다. 하상수(유연석)를 향해 “너도 안수영이랑 잤냐고!”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정가람은 “폭행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심지어 경찰을 준비하는 친구인데 폭행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면서 걱정도 됐다”는 정가람은 “그래도 욕은 먹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시청자의 한 사람이 되어 소경필을 향한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그는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였다. 극 중 열쇠가 되는 인물이지만, 어떤 감정으로 그 사이를 파고 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나쁘다고 생각했다. 선배님이 연기를 너무 잘 해주셔서 이입이 잘 됐다. 미경과의 묘한 관계도 있으면서도 친구의 상대에게 그러는 게 이해가 안 됐다. 찌질하고 자격지심 많은 종현이는 현실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경필은 이해가 힘들었다”고 답했다.
비오는 골목에서 안수영에게는 “나쁜 X”이라며 비수를 꽂았다. “(‘나쁜 X’이라는 말이) 최선이 아니라 최악이라서 한 것 같다. 그 상황의 대화 자체가 종현이의 찌질함이 드러난 것 같다. 중요한 게 그거밖에 없다는 마음이 표현된 단어”라고 짚었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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