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갈비·팥죽·주꾸미 샤부샤부 등
맛집 찾아 허리끈 풀고 먹방 즐겨
은혜쌍화탕·경우카페서 차 한잔
초원편의점 등 가맥 문화에 ‘흠뻑’
다음날 콩나물국밥으로 해장까지
전주의 겨울밤은 길다. 점심부터 거하게 한 상 차려먹고 멋진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다 초저녁부터 본격적인 ‘먹방 투어’에 나선다. 1차부터 4차까지 다양한 메뉴를 섭렵하고, 다음날 아침 모주에 콩나물 국밥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는다. ‘술꾼 도시 어른을 위한 여행’ 코스다. 15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과거 전주한옥마을에만 머물렀던 관광객들이 최근 구도심으로 영역을 넓혀 ‘핫 플레이스’를 개척하고 있다. 한옥마을은 근대 이후 형성된 곳이다. 일제강점기 전주성내 거주지와 상권을 점령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조선인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신식 한옥을 짓기 시작하면서 마을 규모로 커졌다고 알려져 있다. 전주의 원도심은 전라감영과 객사가 있던 주변이다. 이 일대는 최근 ‘웨리단길’, ‘객리단길’로 변신,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새로운 점포들이 속속 들어서 오랜 역사의 노포들과 조화를 이룬다. 전북 문화관광재단의 안내로 전주의 ‘찐맛집’을 돌아봤다.
◆불갈비VS물갈비
전주에서는 ‘물갈비’라는 음식이 유명하다. 돼지 (등)갈비를 칼칼하게 끓여낸, 전골에 가까운 비교적 최근에 나온 요리다. 노포들은 여전히 ‘불갈비’를 고수한다. 객사길 주변 ‘효자문’은 1978년부터 100% 국내산 한우만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정갈한 국물의 갈비탕과 간장 베이스 양념에 재운 ‘불갈비’가 주메뉴다. 서울의 노포 조선옥처럼 주문하면 주방에서 구워다 주는 스타일이다. 갈비를 짝으로 들여와 직접 손질해 믿을 수 있다. 연탄불로 굽다가 최근 가스불로 바꿨지만 맛은 거의 그대로다. ‘응답하라…’시리즈가 저절로 생각나는 실내가 분위기를 더한다.
◆한옥 카페, OLD&NEW
효자문 바로 옆에는 한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 ‘경우’가 있다. 외관은 한옥이지만 제공되는 음료는 최신식이다. 이 카페는 인스타그래머들에게 유명한 인증샷 성지다. 대표 메뉴는 얼그레이 베이스에 사과 청과 우유크림 등을 넣어 만든 얼그레이 사과 밀크티. 그리고 직접 만들어낸 디저트류다. 건물 앞 뒤로 아기자기한 정원을 꾸며 놨다.
풍남문 앞 골목 고택 카페인 ‘행원’(杏園)은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쌍화차 등 전통음료와 부꾸미같은 곁들임 간식을 판다. 미리 예약하면 대금과 가야금, 판소리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살구나무 정원’이라는 뜻의 행원은 일제강점기 일본식 건축법을 엿볼 수 있다. 따로 마당 없이 ‘디귿’ 자 건물을 짓고 중정(건물 가운데 있는 정원)과 연못을 뒀다. 연못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한 겨울에도 온수를 공급해 금붕어가 노닌다. 이 곳은 1928년 조선요리를 팔던 식도원으로 출발했다. 해방 후 남원 권번 출신 화가인 남전 허산옥이 인수해 ‘행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1961~1978년)했다. 당대의 여결인 허산옥은 당대의 국악인과 예술인의 ‘대모’와 같은 역할을 했다.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행원은 이후 2017년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민음식 1번지, 남부시장
풍남문 아래 남부시장은 전주 미식 투어의 핵심이다. 일단 팥죽으로 속을 달래고 시작한다. 동래분식은 30년 넘게 팥죽과 수제비로 내공을 쌓은 곳이다. 커다란 냉면 대접에 새알심이 듬뿍 들어간 팥죽 한 그릇에 7000원.
이 시장에서 현대옥 콩나물국밥도 빼놓을 수 없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끓이는 식(직화식)과 부어내는 식(토렴식, 전주남부시장식) 두 종류인데 전국으로 분점을 확장한 현대옥이 가장 유명하다. 오징어 고명을 듬뿍 올려 먹는 것이 현대옥 스타일이다.
‘은혜쌍화탕’은 현대옥에서 식사를 한 관광객 대부분이 들리는 곳이다. 커피와 식혜, 매실차는 1잔에 1000원, 가장 비싼 한방쌍화차도 2000원만 받는다.
남부시장 뒷골목의 ‘세은이네’는 저녁 한정으로 맞춤형 메뉴를 낸다. 메뉴도 모임 성격에 맞게 맞춤으로 내는데, 주꾸미 샤부샤부가 일품이다. 주꾸미와 함께 배추, 청경채, 냉이, 숙주나물이 푸짐하게 제공된다. 데치고 끓이다 보면 채소 육수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세은이네는 원래 물국수(6000원)가 간판메뉴다.
전주의 밤은 가맥으로 끝난다. 가맥은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말한다. 옛날 주점 영업시간을 피해 슈퍼마켓 간이의자에 앉아 병맥주를 마시던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가맥 또는 휴게실이란 간판을 걸고 있는 곳에 가보면 가게 안팎에 탁자·의자를 마련해 놨다. 맥주와 갑오징어구이·황태구이·계란말이·북엇국 등 안주를 독특한 양념장과 함께 낸다. 대개 유명 가맥집은 원도심에 대략 10곳이 있는데, 전일갑오, 초원편의점, 영동슈퍼가 3대 가맥집으로 꼽힌다. 전주 인근에 하이트 진로 공장이 있어 맥주가 신선하게 공급된다고 알려져 있다.
전주에는 음악과 함께 여정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객리단길 ‘더뮤지션’은 재즈 공연이 펼쳐지는 라이브 주점이다. 낡은 극장을 소극장 형태의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비정기적으로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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