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순간에 아랫배가 살살 꼬이는 것 같은 만성적인 복통, 설사·변비에 시달리는 배변장애, 밥을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느껴지는 복부 팽만감… 어쩌면 과민성 장증후군의 신호일 수 있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매우 흔한 소화기 질환 중 하나다. 감기 못잖게 흔하지만, 이를 앓는 사람들은 언제 배가 아플지 몰라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를 관리하기보다 ‘방치’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25일, 김진성 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위장·소화내과) 교수를 만나 과민성 장증후군의 관리법에 대해 들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장이 민감해서 생기는 병이다. 장내 근육의 수축과 내부 내용물의 이동은 주로 신경과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데, 어떤 원인 때문에 리듬이 깨져서 대장 근육이 과민하게 수축운동을 일으키면서 복통과 배변 습관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통칭한다.”
-질환에 노출된 사람이 증가하는 듯하다. 주요 증상은.
“복통이다. 심한 통증이 생겨도 화장실을 다녀오면 좀 나아진다. ‘후중감’이라 고 해서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도 뒤가 묵직한 느낌이 남아있는 경우도 잦다. 뱃속이 거북하고 가스가 차서 더부룩한 느낌도 든다. 배변 습관의 변화도 주요한 증상이다. 설사뿐 아니라 변비도 나타날 수 있다. 차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악화된다.”
-진단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이는 적어도 주증상이 수개월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기질적 질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대장내시경 검사 등에서 눈에 보이는 형태적인 이상이 없을 때 비로소 진단한다.
국제적으로 ‘로마기준4’ 라는 진단기준이 2016년 개발돼 쓰이고 있다. 배변 횟수 및 대변 형태를 토대로 봤을 때 변비가 주로 나타나는 ‘변비우세형 과민대장증후군’, 설사가 주로 나타나는 ‘설사우세형 과민대장증후군’, 두 가지가 섞여있는 ‘혼합형 과민대장증후군 및 미분류형 과민대장증후군’으로 분류한다.
한의학에서는 이같은 병의 특성 패턴을 근거로 정서적 원인이 위장관의 움직임을 방해해 발생하는 유형인 ‘간기승비(肝氣乘脾)’, 과민해서 설사가 많은 유형인 ‘기체습저(氣滯濕狙)’, 위장관기능이 약한 ‘비위허약(脾胃虛弱)’ 등으로 분류한다.”
-한의학에서는 과민성 장증후군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지.
“한의학에서는 ‘장이 냉하다’는 표현이 쓰일 수 있다. 주로 위장관의 기능이 약하고,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신양(腎陽)이 부족해져서 나타난다. 평소 추위를 잘 느끼고, 찬 것을 먹었을 때 설사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손발이나 아랫배가 찬 경우가 많다.
실제 환자들은 ‘속이 차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방에서는 속이 찬 것을 말 그대로 ‘복냉(復冷)’이라고 한다. 이는 뱃속에 찬 기운이 머물러 뱃속이 싸늘한 병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반복적으로 장염을 앓았거나, 다른 병으로 항생제를 많이 사용했거나, 잘못된 음식 습관 등이 어느 하나라기보다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갑작스러운 복통’이 잦은 상황은 정상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나.
“실제 진료실에서 갑작스런 복통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환자를 자주 대한다. 시험 기간이나 직장상사에게 중요한 브리핑을 앞두고 있는 등의 상황에서 복통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물론 변에 피가 묻어나거나 체중이 심하게 줄어든 것은 아닌지, 복통이 처음 시작된 시점이 언제인지, 다른 질환으로 인한 것은 아닌지의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청장년층에서 특별한 경고 증상 없이 위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급격한 복통이 발생한 경우가 많다.”
-한방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가.
“먼저 설사 위주로 나타나는지, 변비 위주로 나타나는지 또는 혼합된 형태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후 증상이 나타나는 특성을 기본으로 간기승비 유형, 기체습저 유형, 비위허약 유형 등에 따라 분류해 치료한다.
최근 개발된 과민대장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설사우세형 과민대장증후군에서는 한약을 4주간 사용하고, 변비우세형에서는 6~8주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침구치료, 섭생과 관련된 생활지도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환자는 질환 특성상 생활습관 관리가 증상을 완화하고 치료기간을 단축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을 명심해야 한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