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 남주혁 주연의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초반의 호평을 이어가지 못한 채 길을 잃었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드라마. 펜싱선수 나희도(김태리)의 열여덟, IMF로 가족의 행복과 꿈을 잃은 백이진(남주혁)의 스물둘을 시작으로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되기까지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다.
극 중반까지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시청자의 공감 덩어리였다. IMF라는 시대를 겪으며 ‘시대 탓’을 하기보다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는 청춘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빛났다. 나희도와 고유림(김지연)은 펜싱이라는 목표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고, 백이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맞서나갔다.
그중에서도 나희도와 백이진의 서사는 보는 사람마저 뭉클하게 만들었다. 바라는 것 없이 서로를 응원하고, 존재만으로 힘이 됐다. 슬플 때는 위로를, 기쁠 때는 축하를 함께 나누며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줬다. 당시 시대상이 적절히 반영되어 있으면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자 청춘들의 고민과 갈등이 시작됐다. 가끔 어른스럽지만, 여전히 10대인 나희도, 책임감은 막중하지만 이제야 스물둘인 백이진. 이 두 사람은 시작부터 ‘미성년자와 성인’이라는 한계 속에서 관계를 쌓아나갔다. 로맨스물답게 누구나 상상하는 ‘사랑’을 전제했고, 백이진은 자신의 감정을 돌고 돌아 자신의 감정이 ‘특별한 사랑’임을 고백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나희도의 답변도 웃어넘길 수 있는 특별한 관계인듯했지만, 결국 나희도도 백이진을 향한 사랑을 인지했고 열아홉의 마지막 순간에 첫 키스를 했다.
백이진은 10대들의 보호자인듯, 이성인 듯 갈피를 잡지 못했다. 미성년자와 성인의 관계는 유난스러운 걱정이 아니라 주목해야 할 현실적인 우려다. 이를 차단하려는 듯 나희도는 스무살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직진을 시작했지만, 시청자는 알고 있다. 이 감정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
나희도와 백이진이 행복보단 고민을 안겨준 사랑의 관계로 발전한 후 더 부각된 건 지승완(이주명)의 자퇴, 고유림의 귀화 스토리였다.
더욱이 ‘기자’ 백이진은 주위의 걱정 속에 연애를 시작하고서도 ‘불가근불가원’을 내세워 취재원과 기자 사이의 거리를 고민했다. 고유림의 귀화를 보도한 죄(?)로 괴로워했지만, 백이진은 기자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고유림의 ‘경제적 사정’을 논한다고 해서 아버지의 교통사고 가해 사실이 뒤집히진 않는다. 친구로서 안부를 묻고 뒤돌아섰고, 다시 기자로서 고유림 선수를 대했을 뿐이다. 이후 두 사람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아직 방송되지 않았다. 스무살의 나희도는 백이진을 비난했다. 기자 백이진으로서 가혹한 성장통이었다.
‘귀화’라는 소재의 접근도 마찬가지다. 고유림의 가정환경, 그에게 펜싱이 어떤 의미인지는 누누이 다뤄져 왔지만 세계 순위를 자랑하는 국가대표 선수의 귀화는 또 다른 문제다. 국가 간의 대결을 펼치는 스포츠는 비단 현시기뿐 아니라 언제나 논쟁의 여지가 있다. 더욱이 ‘돈 때문에 나를 팔았다. 내 실력 팔아 돈 버는 것’이라는 고유림의 대사는 ‘국가대표’가 가지는 의미를 한순간에 앗아갔다. 나희도와 고유림이 절친한 관계가 되면서부터 고유림의 가정환경만이 부각됐을 뿐, 펜싱선수 고유림은 점차 사라져 갔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모든 아쉬움을 잊게 한다. ‘고등학생 나희도’의 순수함과 열정, 설렘과 천진함을 다각도로 연기한 김태리, 사회 초년생의 부침과 성장과정, 그리고 감정까지 오롯히 표현한 남주혁, 고유림을 통해 자신의 이름값을 똑똑히 각인 시킨 배우 김지연, 자칫 어색할 수 있는 역할도 무난히 그려가며 10대의 사랑과 우정을 그려낸 최현욱, 후반부 모아뒀던 포텐을 터트리며 통쾌함을 안긴 매력적인 모범생 이주명까지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주연들의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첫 회 6.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출발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거의 매회 성장 곡선을 그리며 8회 이후 10%를 넘어섰다.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만큼 시청률도 높다. 그리고, 결말을 향한 시청자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앞서 제작진이 공개한 관전 포인트에는 ‘영원히 함께일 것 같았던 그 시절인연’이 언급되어 있다. 지난 14화 2009년 앵커 백이진과 금메달리스트 나희도의 인터뷰 장면이 방송된 후 시청자들을 또 한 번 들끓었다. 과연 이들은 지금은 멀어진 ‘시절인연’일 뿐일지. 이제 2화만을 남겨둔 가운데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순간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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