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손도 못 대도록!”
이를 갈았다. 억울함은 한 번으로 족했다. 시련을 딛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올림픽 챔피언 자리에 등극한 황대헌(23·강원도청)이다. 지난 9일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09초219를 기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크게 포효하는 모습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느껴지는 듯했다. 황대헌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들, 운동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천천히 지나갔다”고 돌아봤다.
계속되는 벽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남자 1000m 준결승전이 대표적이다. 조 1위로 레이스를 마쳤지만 실격 처리됐다. 거센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납득하기 힘든 판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중국 선수들이 연달아 혜택을 받으며 ‘텃세’ 의혹까지 번졌다. 마음의 상처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터. 하지만 꿋꿋하게 다시 일어났다. 황대헌은 “어차피 지나간 일이다. 사람인지라 솔직히 안 괜찮았다. 그래도 괜찮다괜찮다 하면 또 괜찮아지지 않나”라며 의연하게 넘겼다.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그리고 마침내 문을 열었다. 전략은 명확했다. 그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깔끔한 레이스 중에서도 가장 깔끔한, 완벽에 가까운 레이스를 펼쳤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 흐름을 주도했다. 1500m에서, 그것도 결승에 10명이 올라온 상황.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법한 전술이었지만 황대헌은 해냈다. 황대헌은 “아무도 내게 손도 못 대게 하려 했다”고 강조하며 “정말 힘들었는데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떠올리며 힘을 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대헌의 금메달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 선수단이 이번 올림픽에서 신고한 첫 금메달이다. 전체적인 팀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낸 장면이기도 하다. 황대헌은 “의도치 않게 벽에 부딪히면 자신감을 잃기 마련이다. 포기하지 않고 절실하게 두드리면 안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대표로서 무게감도, 자부심도 느낀다. 안 좋은 상황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높은 자리에 올라 기쁘다. 국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응원에 정말 든든했다. 계속 지켜봐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뉴시스/ 황대헌이 남자 1500m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쁨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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