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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다’ 김태훈 “연기,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인터뷰]

입력 : 2020-08-02 19:30:00 수정 : 2020-08-02 19: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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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가족입니다’ 김태훈은 시청자를 혼돈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성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한 나쁜 인물이지만, 왠지 모를 짠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결국 이해할 수밖에 없는 윤태형, 그를 연기한 배우 김태훈을 만나 ‘가족입니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는 최고 6.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여전히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가족이 다시 찾은 평범한 일상은 안방극장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김태훈은 “시청률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또 중요하기도 하지 않나. 많은 분이 공감하고 즐겁게 봐주신 건 기쁜 일이다”라고 밝게 웃었다. 시청자의 따듯한 반응도 큰 힘이 됐다.

 

그중에서도 화제를 모은 건 마지막 회 크레딧에 배우 이름과 나란히 놓인 매니저의 이름이었다. “미술 감독님이 사진을 찍어주시기에 종영 기념으로 보내주시려는 줄 알았다”는 그는 “추측건대 감독님의 아이디어인 것 같다. 감독님이 그런 분이시다. 배려하는 마음이 드러나지 않게 항상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분위기를 이끌어 주신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가 연기한 윤태형은 은주(추자현)의 남편이자 보수적인 집안 장남이었다. 한 번도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는, 알면 알수록 안쓰러운 인물. 결혼을 원하지 않았지만 은주를 만나 결혼을 결심했다.  

 

처음 윤태형이라는 인물을 마주했을 때는 조금 막연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픔이 있는 인물, 권태기에 놓인 부부. 인물의 상황을 알고 시작했지만, 전개가 이어질수록 훨씬 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고. “인물의 외로움과 고민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도 하고 기대도 했다”며 준비 과정을 밝혔다.

 

극 중 윤태형은 성 소수자였다. 극 초반 사실이 알려진 후 시청자의 반응은 말 그대로 ‘핫’했다. 김태훈은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많았다. 다른 작품의, 어떤 인물이어도 마찬가지 일 수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라고 고백했다. “실제로 경험한 삶이 아니기에 감히 이해했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라면서 “사람이 살면서 겪는 감정의 소통, 오해와 갈등이라는 점은 같으니까. 그 연장선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라고 답했다. 

 

시청자의 반응을 예상했냐는 물음에 “당황할 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할 거란 생각도 했다. 반면 이해해 주실 수도 있고 다 다를 거라 생각했다”라고 답한 그는 “태형의 행동이 잘한 건 아니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인물의 삶, 아픔을 느낀 분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방송 첫 주 이후 태형의 비밀을 바로 알아챈 시청자도 있었다. 그는 “거짓은 아닌데 그렇다고 진짜 상황도 아니지 않나. 진심을 담아 잘 표현해야 하는데 (연기는) 하면 할수록 정말 어려운 거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됐다”면서 “배우는 최선을 다한다는 말로 고민도 하고 상대 배우와 이야기도 나가며 만들어가는 직업이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이어 실제로 윤태형과 같은 상황이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아픔과 편견 어린 시선 속에서 자랐다면…정말 상상하기가 힘들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김태훈은 지난해 방송된 ‘시크릿 부티크’에서도 성 소수자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직업에 빗대 인물의 성향을 설명했다. 

 

“작품을 통해 의사 역할을 두 번 한다고 해서 불편하지는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캐릭터의 성향에 따라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시크릿 부티크’ 이후에 독립 영화도 찍었고, 코믹한 단막극도 출연했어요. ‘외출’에서 평범한 가정의 남편을 연기했죠. 저는 여러 캐릭터를 거쳤다고 생각했는데, 보시는 분에 따라 연달아 비슷한 성향의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나 봐요. 하지만 둘은 다른 인물이니까요. 의사이긴 하지만 전공과목이 다른 것처럼, 동일한 카테고리 안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거죠.”

 

진실을 알게 된 은주와의 격렬한 다툼도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는 “펜션에서의 촬영은 정말 좋았다. 오히려 태형의 일상적인 감정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죠. 감정을 나누거나 아픔을 나누는 신은 인물에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펜션 신은 소록도에 있는 펜션에 가서 직접 찍은 거예요. 둘 다 고민이 많았죠. 전혀 계산되지 않은 연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따귀를 많이 맞았는지 방송을 보고서야 알았어요. (웃음) 상대 배우가 맞춰주지 않으면 그런 신은 나올 수가 없어요. (추)자현이가 진심으로 은주의 마음이 되어주는 것밖에는 없죠. 그 힘 덕에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마워요.”

 

태형과 은주는 1년 후 재회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땐 1년 뒤엔 편안하겠구나 싶었는데 촬영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라고 돌아봤다. 태형을 찾아온 은주를 보면서 반가운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들었을 것 같았다고. “여전히 미안하고 씁쓸한 마음이 있었을 거다. 마냥 모든 걸 털어낸 상태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라고 짐작했다. 

‘가족입니다’는 가족 같은 타인과, 타인 같은 가족의 오해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 평범할 것만 같던 ‘가족입니다’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에게 ‘가족입니다’의 인기 비결을 묻자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는 힘든 것 같다”라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작가님과 감독님만의 감성이 달랐던 것 같다. 바라보는 시선과 만들어가는 감성의 특별한 색깔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짚었다. 이 모든 게 만나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차별점 있는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도, 시청자에게도 ‘가족’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극 중 상황에 분노하고 공감하는 시청자들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태훈 역시 그랬다. 그는 “부모님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됐다. 우리 윗세대가 살아온 방식이 다르지 않나. 특히 어머니들의 힘든 삶에 공감이 많이 됐다”라고 말했다. 

 

‘평범한 가족’. 김태훈은 ‘평범하다는 말로도 규정짓기 어려운 평범한 집’에서 자랐노라 이야기했다. 삼형제 중 막내. 극 중 지우(신재하)처럼 애교 있는 아들은 아니었지만, 권위적이지 않은 큰 형 덕에 삼 형제의 만남은 여전히 즐겁다며 미소 지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디서든 가족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곤 하잖아요.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가족이죠. 그래서 가족들에게 안 알릴 경우도 있지만요. 너무 소중해서 힘든 가족도 있지만,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끊어낼 수 없으니 가족은 가족인 것 같아요.”

 

김태훈을 움직이게 하는 건 연기를 향한 ‘갈증’이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만족이 그가 다작하는 이유인 것 같다고. “욕심인 것 같다. 조금 내려놔야 할 것 같다”면서도 이내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 괴로운 일이 되겠구나 싶었어요. 직진도 후진도 다 괴로울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니 꿋꿋하게 해나가고 마음을 다스리면서 즐거움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알고 있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확 와 닿았어요. 그래서 선배님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죠. 배우라는 직업의 근원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새로운 출발이 기다리고 있다는 설렘이 있잖아요. 기분 좋은 만족감이 같은 것 말이에요.”

 

tvN ‘드라마 스테이지-통화권 이탈’, ‘외출’, ‘가족입니다’까지. 올해도 쉬지 않고 열일한 그는 곧바로 차기작을 결정했다. 김태훈은 발레에 도전한 노인과 방황하는 청춘이 발레를 통해 우정을 쌓아가는 작품 ‘나빌레라’에서 발레 선생님을 맡아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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