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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고건한 “가볍고 유쾌한 빌런 표현하고자 했죠” [인터뷰]

입력 : 2020-07-16 07:10:00 수정 : 2020-07-16 11: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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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처음 대본으로 오동근 대리를 만났을 땐 악한 사람이라 느껴지기도 했어요. 물론 그 안에 유머러스한 부분도 있었지만 못된 인물로 보일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오히려 가볍고 유쾌하게 표현하려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달 초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최악의 꼰대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통쾌한 갑을 체인지 복수극을 그린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 ‘밉상’ 오동건 대리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 고건한은 목소리 톤 자체를 바꿨다. 음역을 높여 하이톤을 유지하려 했고, 행동은 더 요란스럽게, 표정은 더 다양하게 꾸몄다. 너무 현실감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재수 없어 보일 캐릭터라 반대로 유쾌함을 담아 분위기를 바꿨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고건한은 오 대리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느릿한 말투에 차분한 분위기. 어떻게 오 대리를 연기했나 싶을 정도. 동료 배우들은 그를 보며 “컷 하면 다른 사람이 된다”라고 했단다. 고건한은 “처음엔 안 좋은 일이 있나 생각했다더라. (박)해진이 형은 농담으로 ‘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대변해줬다. 이제 다들 이해해 준다”면서 미소를 띠었다. 

 

반면 그가 맡은 캐릭터는 대부분 밝고 유쾌했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의 전영식 ‘계룡선녀전’의 박신선, ‘로봇이 아니야’의 싼입, ‘조선로코 - 녹두전’의 연근,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김선우까지 고건한의 캐릭터는 대부분 ‘저세상 텐션’ 보유자. 고건한은 “유쾌한 이미지로 보였지만, 단막극 등을 통해 진중한 캐릭터도 선보였다. 감독님과의 미팅에서도 본래 내 모습대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내 모습에서 캐릭터의 이미지를 잡으시는 거다. 그게 연출의 힘이 아닐까”라고 의미를 찾았다. 

 

극 중 오 대리는 아부, 처세에 능하고 뺀질거리는 인물. 준수식품 최초로 남성 육아 휴직을 쓴 전설적인 인물이지만 아직 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고건한은 “승진을 더 할 수 있는 연차인데 계속 대리로 남아있다는 게 오동근이라는 인물의 중요한 점이라 생각했다. 어떻게든 승진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가장이라는 존재가 무겁게 다가왔다. 오 대리의 책임감이 인물의 핵심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부장과 대리, 사원, 인턴으로 구성된 탓에 ‘대리’의 직급으로 상사 행세(?)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대리가 더 오대리스러울 수 있었다고. 극강의 꼰대 이만식 인턴의 존재로 가려졌지만, 오대리도 꼰대의 기운을 타고난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고건한은 어떤 사람일까. 그도 누군가에겐 ‘꼰대’로 보일까. 

 

“‘조장풍’ 멤버들을 만나면 그렇게 꼰대라고 부르더라고요. (웃음) 우리가 생각하는 ‘꼰대’라는 의미보단 유연하지 않다는 느낌인 것 같아요. 촌스럽달까요. (웃음) 아, ‘옛날 사람’이 맞는 표현 같아요. 제가 옛날이야기를 좋아하고 옛 모습을 좋아하거든요.”

 

그에게 ‘꼰대인턴’의 인기 비결을 묻자 “우리 드라마가 가진 힘이 있었다”라고 입을 뗐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꼰대’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누구나 가볍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유머러스한 설정과 상황을 통해 꼰대에게 상처받은 누군가의 아픔이 아물어지도록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까지 덧붙였다. 

“처음 작가님이 보는 시각에 따라 ‘꼰대인턴’의 빌런일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저는 정형화된 빌런이 아니라 유머러스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그랬어요. 못되긴 했지만, 팀을 사랑하고, 팀에 잘 융화된 인물이잖아요. 팀의 일원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렇다고 마냥 못된 인물만은 아니었다. 버럭 소리를 지르더라도 상대방의 눈치를 보거나 비겁한 짓을 해도 찝찝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고건한은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면 감사한 일이다. 그냥 못 되고 끝이 아니라 그 이후 찝찝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그게 오 대리의 성격이라고 느꼈고, 배우는 대본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야 할 역할을 가졌기 때문이다. 

 

극 중 시니어 인턴 이만식(김응수)을 골려주기 위한 가열찬(박해진)의 ‘메뉴 주문’이 화제가 됐다. 고건한에게 어떤 음료 취향인지 묻자 대번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답이 돌아왔다. 언젠가 맛봤던 S사의 샌드위치도 더 이상은 먹을 수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면서 복잡한 커스텀에 자신이 없다고 웃어 보였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진 않지만, 또 변화를 지향하는 타입도 아니에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들을 더 선호하죠. 오래 만나온 사람들이 좋고, 똑같은 게 좋아요. 주변에선 답답해 보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움을 느껴요.(웃음) 하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달라져요. 배우로서는 늘 새로운 걸 갈망하죠. 연기하면서 균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더 발란스가 맞게 느껴지기도 해요.”

‘조선로코 녹두전’,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그리고 ‘꼰대인턴’까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연작 모두 대박이 났다.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기쁨을 전한 고건한은 “계속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싶다. 그게 가장 큰 행복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배우의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온 지 3년이 채 안 됐지만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한 마음도 있다고. 그럴 때면 동료 배우들과 고민을 나누며 차근차근 해답을 찾고 있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함께한 (김)동욱 형이랑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작품을 하면서 감사하고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건 배우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더라고요. 비단 역할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에요. 사실 형 정도 되면 편하게 연기할 것 같았거든요. 형이 그러더라고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이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요. 자연스럽게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요. (웃음)”

 

지난해 김민규에서 고건한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선로코-녹두전’ 출연을 앞두고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사 정도를 넘지 아니하고 알맞게 조절하고 절제하여 건강하고 굳센 삶을 이루어라’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배우 활동을 위해 찾은 예명으로 이보다 와 닿는 의미가 또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굳세다’라는 의미에 대해서도 짚었다. 얼핏 강력한 힘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건한은 ‘굳셈’을 하루하루 쌓여 견고하게 뭉쳐진 어떤 것으로 해석했다. 언젠가 돌이켜봤을 때 내가 헛되이 살지는 않았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면 굳센 삶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배우 고건한의 목표는 ‘건강’이다. 신체적 건강도 정신적 건강도 너무나 중요해진 시기다. 그래서 건강의 소중함을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건강한 삶을 토대로 건강한 배우가 되길 바란다”라고 소망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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