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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낮출수록 높아지는 남자…SK 박민호가 사는 법

입력 : 2020-07-15 13:52:01 수정 : 2020-07-15 20: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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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사라지지 않는 가치를 위해.’

 

지난 5일 부산 롯데전. 박민호(28·SK)는 이날 팀 승리를 지키며 경기를 끝냈다.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세이브가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의미 있는 장면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기념 공을 챙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단 하나 ‘다행이다’ 뿐이었다. 당시 심정을 묻는 질문에 박민호는 “7, 8회에는 역전을 허용해도 다음이 있지 않느냐. 9회는 다르다. 뒤가 없다는 생각에 떨렸다”면서 “(하)재훈이형에게 연락해 빨리 돌아오라 했다”고 말했다.

 

전천후.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할까. 박민호는 14일 기준 28경기에서 25⅔이닝을 소화했다. 이기고 있을 때든 지고 있을 때든 필요한 순간이면 어김없이 달려 나갔다. 평균자책점(2.10)을 비롯한 세부 기록들도 준수하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1.05에 불과하며 승계주자실점률(IRS) 또한 0.143으로 뛰어나다. 자신의 성적을 담담히 전해 듣던 박민호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중요한 건 매 경기 최선의 투구를 했느냐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올 시즌 박민호의 투구와 관련해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슬라이더다. 지난 시즌만 해도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3할에 육박했지만 올해는 1할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직구와 떨어지는 공(커브, 체인지업), 여기에 흘러나가는 코스까지 장착하니 타자 입장에선 한결 까다로워진 셈이다. 박민호는 “플레이트 밟는 위치를 살짝 바꾸면서 각도가 좋아졌다. 최상덕 코치님, 제춘모 코치님 등이 원포인트로 짚어서 말씀해주신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마운드 위뿐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박민호는 부지런히 움직인다. 소문난 미담쟁이다. 동료들을 위해 불펜에 푹신한 의자를 들여놓는가 하면 여기저기 난 잡초들을 뽑는 일도 마다치 않는다. 선·후배를 알뜰히 살피는 것은 물론이다. 박민호는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부상·부진이 이어지면서 불펜이 한동안 어수선했다. 재훈이형 등이 올라와 완전체가 될 때까지 어떻게 해서든 버텨야 하지 않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화려한 삶을 원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을까. 100승, 100홀드, 100세이브, FA 등. 박민호도 어린 시절 막연히 꿈꿨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것들에 집중하려 한다. 박민호는 “지난해 발목을 다쳤을 때 깨달았다.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면서 “물질적인 것들은 내려놓았지만 분명한 방향이 생겼기 때문에 오히려 단순해졌다. 하루하루 자기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것들을 되돌아보며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썩은 곳엔 소금이 되고 어두운 곳엔 빛이 되고 싶다.”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묻자 박민호는 이같이 답했다. 성경에서 읽었던 구절 하나를 마음에 새겼다. 야구 경기에서든 주변 관계에서든 모두를 위해 기꺼이 자세를 낮출 준비가 돼 있다. 끝으로 박민호는 “중요한 순간에 내가 나간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불펜은 조금만 힘을 내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하나로 똘똘 뭉쳐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올 시즌 박민호가 마운드 위·아래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팀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은 역투 중인 박민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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