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고척돔 최원영 기자] “필준이가 보게끔 꼭 써주십시오. 나는 너를 믿는다. 삼성엔 네가 필요하다.”
삼성의 불펜투수 장필준(32)에게 지난 8일 고척 키움전은 악몽이었다. 그는 팀이 6-3으로 앞서던 7회 볼넷과 안타를 연이어 허용해 1실점했다. 상대 이정후에게 결정적인 3점 홈런도 맞았다. 6-7로 점수가 뒤집혔다. 결국 삼성은 쓰라린 역전패를 당했다. 장필준의 시즌 성적은 9경기 8⅔이닝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8.31이 됐다.
이튿날인 9일 장필준은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키움과의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그는 “필준이는 통산 42홀드 42세이브를 해준 투수”라고 운을 띄웠다. 허 감독은 “본인도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 나도 안타깝다”며 “개인적으로는 마운드에서 조금 더 전투력을 발산했으면 한다. 다시 한 번 자신감을 회복하라는 의미에서 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규민이가 요즘 공을 많이 던졌다. 뒤에 준비하긴 했지만 긴 이닝을 소화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필준이가 더 버텨주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허삼영 감독은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2시간 반 동안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 30분 때문에 졌다. 내 불찰이다”라며 “긴 시간 고생해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그대로 상심하지는 않았다. 허 감독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화제가 전환됐다. 허 감독은 팀 전반에 관련된 여러 질문에 답했다. 시간이 흘러 인터뷰가 모두 끝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부탁 하나를 남겼다. 장필준이 보게끔 기사를 꼭 써달라는 것. 한 마디 한 마디를 힘줘 말했다.
“나는 너를 믿는다. 감독이 아니면 누가 선수를 신뢰하겠나. 퓨처스로 보낸 것은 나쁘게 평가해서가 아니다.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네가 다시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겠다. 삼성은 너를 원한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삼성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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