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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민의 별책부록]KT 로하스를 MVP로 이끈 ‘한 경기의 가치’

입력 : 2020-07-10 12:00:00 수정 : 2020-07-10 14: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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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지난해 6월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던 멜 로하스 주니어(30·KT)가 갑자기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잔부상도 없었고 체력 안배가 필요한 시점도 아니었다. ‘불화가 있나’라는 의혹이 일었고 팬들 사이에서도 아우성이 쏟아졌다. 그때 이강철 감독은 “로하스의 성장을 위한 수”라고 설명했다. 매 경기 선발 출전이라는 특권에 익숙해지기보다 한 경기 한 타석의 소중한 가치를 깨우치라는 메시지였다.

 

 당연히 이 감독의 뚝심에 로하스도 아쉬운 감정이 있었다. 최고 타자로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니 이 감독의 뜻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지고 있는 상황에 역전을 만들 수 있는 승부처인데도 이 감독은 로하스를 바라보지 않았다.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나 타격 기회를 얻자 로하스는 삐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로하스는 좌익수로 수비 위치를 옮겼고, 2019시즌 외야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올해 로하스는 그때 깨우친 가치를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합류 전부터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 올렸다. 캠프에 합류한 순간부터는 김강 타격 코치와 새벽 5시부터 만났다. 호텔 내부에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실에서 중량을 들었고 훈련장으로 이동해서는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개인 훈련을 마치면 오전 8시였다. 선수단이 전지훈련지로 결집하는 시각은 오전 8시 30분. 남들보다 하루를 3시간 반 먼저 시작해 똑같이 끝내는 루틴을 반복했다.

 시즌을 돌입해서도 그때의 마음가짐 그대로다. 행여나 나태해질까 하는 마음에 스스로 새로운 루틴도 만들었다. 타격 훈련을 할 때마다 보폭을 유지할 수 있는 봉을 다리에 끼는 것은 물론이고 준비 타석에 서서도 두 발자국 앞으로 나가면서 스윙하는 것도 계속하고 있다. 김강 코치와 겨우내 공들였던 좌우 타석 격차 줄이기도 전력분석팀을 찾아 영상을 확인하면서 계속 수정해나가고 있다. 로하스의 근육과 감각과 경험이 안타와 홈런을 만들었다면 사소한 한 차례 결장이 로하스의 마음을 다진 것이다.

 

 대체 외인으로 합류했을 때부터 지난 몇 년간 로하스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구단 관계자는 “와신상담”이라고 표현했다. 로하스의 독기가 훈련뿐 아니라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한 경기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은 로하스는 생애 첫 월간 MVP를 수상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이 감독이 묵묵히 박수를 보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사진설명: 이강철 감독의 뚝심은 로하스의 마음가짐을 바꿨고 MVP 수상까지 이끌었다. 사진은 로하스가 홈런친 뒤 세리머니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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