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잠실 권영준 기자] ‘음주운전 3회’ 전력의 강정호(33)가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복귀를 원하고 있다. 25일 잠실 키움-LG전을 앞두고 현장에서 만난 김치현 키움 단장은 "강정호와 한 차례 만났다. 모든 자료를 취합해 정리했다"라며 "이제 마지막 결정과 결재만 남았다"고 전했다. 빠르면 26일, 늦어도 27일에는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은 최악이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우선은 음주운전 적발이 3번(2009, 2011, 2016년)이라는 점이다. KBO가 ‘음주운전 삼진아웃제’ 규정을 강화한 2018년 이전에 저지른 사건이라 강정호의 3회 음주운전을 소급적용하지 못했다. 규정은 피했지만, 강정호를 향한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두 번째는 직접 사과를 음주운전 사건 발생 후 3년6개월여 만에 한 점이다. 2016년 적발 당시 에이전트사를 통해 사과문만 발표했을 뿐 단 한 번도 직접 사과하지 않았던 강정호가 KBO리그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한 부분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강정호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어불성설이다. 강정호에게 기회는 앞서 2번이나 있었다.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을 때이다. 이 사실을 숨겼을 뿐이지, 스스로 반성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2번이나 있었다.
2009년의 경우 KBO리그는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선수 생명이 끝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선수 가운데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도 있다. 강정호가 2009년 처음 적발됐을 당시 솔직하게 세상에 알리고 징계를 받았다면, 그때 변화한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2011년과 2016년의 음주운전 적발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기고 강정호는 그라운드를 누볐다. 강정호는 2009년 개인 통산 처음으로 시즌 100안타-20홈런(136안타-23홈런)을 찍으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이러한 찬란한 기록이 음주운전으로 물거품처럼 사라질까 봐 숨겼다. 그러나 반성하지 않고 2011년 똑같은 잘못을 또 저질렀다.
2009년 처음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뒤 2015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약 6시즌이라는 시간 동안 음주운전이라는 어둠을 그림자 속에 감추고 팬들의 응원과 축하를 받았다. 미국으로 떠나는 날 손을 흔들며 활짝 웃는 모습으로 한국 야구팬을 속이고 기만했다.
고개를 숙이며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사과는 2009년에 해야 했다. 자신의 영광을 위해 잘못을 감추고 속인 것은 본인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의 결과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선수 생명’이라는 프레임을 이번 복귀 건에 끼워 맞출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스포츠월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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