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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일의 온에어]의료진 덕분에, 코로나19 때문에

입력 : 2020-05-30 11:00:00 수정 : 2020-05-30 10: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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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시즌 프로야구 개막 직전의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프로스포츠 개막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모든 스포츠 방송국이 개막 이후의 일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개막일이 확정되더라도 시점과 관련 없이 무관중 경기 진행은 필수적인 상황. 관중이 없는 영상에 어떻게 현장감을 입힐지를 고민해야 했다. 프로듀서와 작가, 캐스터들이 모두 한데 모였다. 생동감이 필수인 스포츠 중계와 하이라이트 영상에 정적일 수밖에 없을 분위기를 어떻게든 활력이 느껴지도록 바꾸는데 목표를 뒀다. 당연히 그 임무의 큰 부분은 스포츠 캐스터의 몫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예기치 않은 새로운 목표와 숙제가 생긴 것이다.

 

영상에 동적인 느낌을 넣는 것은 항상 해왔던 일이다. 목청을 높이거나 중요한 순간의 자신만의 어휘력과 표현력으로 시청자의 귀를 즐겁게 하는 일이 스포츠 캐스터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이전 몇 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똑같이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현장감을 주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던 관중석이 비어버렸기 때문이다. 때때로 팬들의 기분을 묘사하고 몸짓을 설명할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우리의 시선도 오로지 그라운드에만 고정해야 했다.

 

예상보다 심했다. 방송을 위해 오후 6시 반부터 편집실에서 야구를 지켜보면서 당혹감을 느꼈다. 늘 들리던 관중 소리가 없으니 생각보다 더 맥이 빠졌다. 현장에서 중계하는 중계진의 목소리, 더그아웃에서 기합을 넣는 선수들의 목소리, 그리고 배트에 공이 맞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게 울릴 뿐이었다. 프로야구 개막 첫 날 ‘아이러브 베이스볼’ 생방송을 위해 헤드폰을 끼고 입을 떼는 순간에도 경기장의 정적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최대한 비어있는 경기장이 허전하게 느껴지지 않게 경기에 집중했다. 관중들이 없으니 더욱 그라운드의 상황에 몰입해야 했다. 선수들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면 해당 상황에서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를 더욱 고민했고, 더그아웃에서 담소를 나누는 선수들의 입모양 하나하나에도 눈길이 갔다. 코로나19가 없이 똑같은 시즌이었다면 평범하게 지나갔을 한 장면 장면에도 조금 더 신경이 쓰였다. 강력한 방역을 위해 마련된 지침과 권고들이 가끔 무의식중에 잘 지켜지지 않는 장면에서는 이해는 되면서도 괜히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다.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방역 빈틈을 없애기 위해 현장 중계에서도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부조정실 내에 자리한, 1평도 안될 법한 조그마한 더빙실에서 헤드폰 마이크에 매일 천으로 된 덮개를 씌웠다. 일이 끝나면 재빨리 마스크를 다시 쓴 채 환기를 위해 문을 활짝 열고 다음 사람을 맞이했다. 예전 같았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일주일에 6일, 6개월간 별 탈 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일터에서의 개인위생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제는 작은 방심으로 인해 방송국 전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지침도 바뀌었고 주어진 환경도 바뀌었다. 자연스레 행동도 생각도 달라졌다. 코로나19 시대가 만든 새로운 스포츠, 그리고 방송 환경이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최근이다. 그리고 일선에서 우리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희생하고 있는 의료진과 방역담당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한다. 의료진의 결코 당연하지 않은 초인적인 노력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마이크를 잡는다.

 

소준일 KBS N 스포츠 아나운서

 

정리=전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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