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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현장메모] 5228일을 기다렸지만, 부천 팬들은 선을 넘지 않았다

입력 : 2020-05-26 21:14:43 수정 : 2020-05-26 21: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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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부천 김진엽 기자] 5228일을 기다렸던 그 순간이지만 부천FC1995 팬들은 선을 넘지 않았다.

 

부천은 26일 오후 7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제주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2 2020’ 4라운드를 치렀다.

 

이날 경기는 K리그2(2부 리그) 경기답지 않게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른바 ‘연고 이전 더비’였던 까닭이다. 부천과 제주의 악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 부천시에는 부천SK라는 팀이 있었다. 하지만 모기업인 SK가 일방적으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고, 제주특별자치도로 안방을 옮기면서 현 제주가 탄생했다. 자연스레 부천SK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부천 팬들은 갑작스레 팀을 잃었다. 열정적인 서포팅으로 유명했던 팬들답게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민구단 창단을 위해 움직였고, 2007년 12월 시민구단으로 팀이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단이 현 부천. 2008년 아마추어 리그인 K3리그에 참가하며 프로리그를 가기 위한 초석을 다졌고, 2013년 프로화에서 성공하며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에 입성했다.

 

프로팀까지 됐지만 제주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가 K리그1(1부 리그) 소속이었고 부천은 K리그2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FA컵서도 매치업이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제주가 강등됐고, 연고 이전일(2006년 2월 2일) 기준으로 5228일 만에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런 스토리가 있는 경기기에 미디어도 현장을 많이 찾았다. 평소 K리그2 경기에는 두 자릿수의 취재 기자를 보기 어렵지만, 이날 경기에는 K리그1 인기 경기만큼의 미디어가 연고 이전 더비를 취재하기 위해 부천종합운동장을 찾았다.

 

하지만 팬들은 함께하진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K리그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천 서포터스들이 장외에서 응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최근 출범한 K3·K4리그에서 장외 응원을 하는 팬들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실제 부천과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이 부분에 대해 준비를 철저히 했다.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연맹이 리그를 개막하며 발표했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도 기재된 부분이다. 8. 무관중경기 항목 중 ‘8-4. 기타’에 경기장 외부 단체 서포팅 행위 금지가 있다.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하진 못한 탓에 경기장에 들어가는 길에서라도 힘을 실어줄 수도 있었지만 부천 팬들은 선을 넘지 않았다.

 

부천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서포터스로부터 공식 입장을 받은 것은 없었지만 커뮤니티를 통해 장외 응원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혹시라도 제주 원정 버스가 하차할 때 어떤 일이 생길까 봐 입구를 더 넓게 준비하긴 했었다. 또 경기장 주변에 안전 요원 두 명을 순찰시키기도 했다. 다행히 (우려했던)그런 일은 없었다”며 코로나19 매뉴얼을 잘 지킨 서포터스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연맹 측 역시 “걱정했던 부분인데 부천 구단과 홈 팬들이 잘 지켜줬다”고 말했다.

 

부천 팬들은 중앙 스탠드에 ‘저들이 떠나고 만난 진정한 부천FC 당신들만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등에 건 걸개로 아쉬운 마음을 대신했다.

 

 

안타깝게도 승리를 챙기진 못했다. 부천은 경기 내내 제주를 압박했지만, 경기 종료 직전 주민규에서 결승골을 내주며 연고 이전 더비의 승리는 7월로 미루게 됐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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