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김진엽 기자] “사실 확인이 먼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던 프로축구 K리그가 입에 담기도 민망한 사유로 시끄럽다. 리그 대표 구단 FC서울이 성인용품, 이른바 리얼돌 논란에 휩싸였다.
K리그는 개막이 2월에서 5월로 밀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무기한 연장됐다. 다행히 빠르게 안정세를 찾았고 K리그는 무관중으로 개막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구촌 대부분의 축구가 멈추면서 K리그는 많은 이목을 끌었다. 리그 중계권을 해외 36개국에 판매했고 각종 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K리그가 소개되고 있다.
FC서울도 마찬가지. 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광주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도 관중 없이 다소 적막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나 무관중의 공허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포터스들과 함께 만든 카드섹션으로 동측 스탠드를 꾸몄다. 홈 팬의 응원장소인 북측 스탠드는 서울 팬으로 알려진 사장이 운영하는 한 마네킹 회사로부터 무상으로 마네킹을 제공받아 허전함을 채웠다. 관중과 호흡하진 못하지만 함께 시즌 첫 홈경기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해당 마네킹이 성인용품 논란에 휩싸였다. 구단 측이 설치한 마네킹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이라는 의문이 제기됐고 마네킹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제품의 모델이 된 BJ 이름까지 게재됐다. 그리고 중계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영국 매체 ‘더선’ 등 복수 외신이 서울의 성인용품 논란을 보도하면서 한국을 넘어 지구촌 이슈로 불거졌다.
잡음이 계속되자 서울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 및 SNS를 통해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리는 만큼 재미 요소를 만들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의도로 진행했다”며 “제작 업체에서 납품했던 마네킹을 돌려받아 설치하는 과정에서 성인용품과 관련이 있는 업체명과 특정인의 이름이 들어간 응원 문구가 노출됐다. 세세하게 파악하지 못한 점이 문제다. 변명 없는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설상가상으로 징계 가능성도 대두했다.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구단은 각호를 내용으로 하거나 이와 관련된 사업, 상품, 업체, 단체의 명칭이 포함된 광고물을 설치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된 연맹 규정 제19조 1항 금지광고물 등에 따르면 서울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또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이나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이라는 내용의 세부조항도 있다.
이종권 연맹 홍보팀장은 “해당 마네킹은 광고가 아닌 응원 목적으로 설치했기에 설치 자체를 해당 규정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법리적 해석이 필요하다”며 “사실 확인이 먼저다. 상벌위원장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축구의 위신을 손상케 한 부분 역시 애매하다. 관련 규정은 고의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사건의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번 사건은 선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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