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한국전력은 끝까지 구본승(23)을 도우려 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구본승은 지난 12일 발표된 국군체육부대(상무)의 2020년 2차 국군대표선수 최종 합격자 선발에서 탈락했다. 앞서 서류 전형은 통과했지만 다음 관문인 체력 측정 및 신체·인성 검사 단계를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 3라운드 1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한 신인이다. 리그가 한창이던 지난 1월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배구는 단체운동인데 어렸을 때부터 적응을 잘 못 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저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적으며 돌연 은퇴 소식을 알렸다.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한 그가 상무에 합격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한국전력은 구본승의 이탈로 주전 라인업 운영에 차질이 생겼음에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그를 돕고자 했다. 구단 관계자는 “상무에 지원할 때 필요한 서류 등을 준비해 원서 접수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줬다. 문의 연락이 오면 소속 선수라고 확인해주기도 했다. 행정적인 부분들을 도와줬다”고 전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의 뜻이 컸다. 구본승은 코트를 떠난 뒤에도 종종 장 감독에게 연락해 안부 인사를 남겼다.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같은 배구인이자 선배로서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나이도 어리고 실력도 갖춘 선수인데 이대로 은퇴하기엔 아쉽다고 생각하셨다”며 “배구와 관련된 일을 찾아주시고자 했다. 구단에서도 최대한 매끄럽게 정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구본승은 상무 입단에 실패했다. 이어 지난 13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임의탈퇴 공시됐다.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우리 팀으로 다시 돌아와 운동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선수들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 무조건 받아주긴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 때문에 트레이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실업팀에서 뛰다가 프로로 돌아오는 방법 등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선수와 구체적으로 협의한 내용은 아니다. 그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돕겠지만 선수 본인의 선택을 존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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