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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포커스]“차라리 등 떠밀리는 게…” 여농 국대 지휘봉의 차가운 현실

입력 : 2020-02-28 06:00:00 수정 : 2020-02-27 19: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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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공개모집이긴 한데 누가 지원이나 할까요.”

 

 한 감독은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신임 감독 공개모집에 회의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여론이 좋아도 쉽지 않은 선택인데 극악으로 치달은 상황에 지휘봉을 자원해서 잡을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른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까지 꺼냈다. 12년 만의 2020 도쿄올림픽 본선행이라는 열매를 맺고도 “곤란하다. 차라리 등 떠밀리는 게 나을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여자농구 대표팀이 처한 차가운 현실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이문규 전 대표팀 감독에 대한 불신임 의견을 수용했다. 이 전 감독이 이달 초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선수단 혹사 논란’에 시달린 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소통 미흡과 환경 미흡을 이유로 불신임을 제안한 바 있다. 공석이 된 자리는 내주 공개모집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몇몇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현장에서 프로팀을 지휘하고 있는 감독들은 지휘봉을 꺼린다. 이유가 복잡하다. 일단 여론이 가장 크다. 현 시점에 지휘봉을 잡는다는 것은 대표팀의 비전 자체를 새로 잡아야 한다. 혹사 논란이 절대 불거지지 않도록 선수단을 고르게 활용하고 미래까지 도모해야 한다. 어쩌면 본선 1승이라는 목표치까지 달성을 해야 하는데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

 

 소속 구단과의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 만약 공개모집을 통해 감독직을 이어받게 되면 올림픽 기간 동안 소속팀의 전력을 살필 수가 없다. 대표팀 감독 역시 ‘사단’으로 움직인다. 코칭스태프가 함께 움직이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선발부터 팀의 세부적인 전술 구상까지 모든 계획이 꼬인다. 열심히 해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성적인데 대표팀을 맡을 경우 소속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든다. 한 해 농사 시작부터 흉작인 셈이다.

 

 협회나 연맹 차원의 요청이 있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올림픽이라는 중차대한 이벤트에 앞서 협회의 정중한 제안이 있다면 감독이나 구단도 섣불리 거절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소속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구단 이미지 재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감독과 구단은 현실을 바라본다. 대표팀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지 못할 경우 골든타임을 놓친 소속팀을 구제하기도 어렵다.

 

 국가대표 감독직은 평생 한 번이라도 거머쥘까 말까한 자리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의 여자농구 대표팀은 독이 든 성배가 따로 없다. 국가대표 감독직을 원하는 감독들조차 공개모집에 지원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사진설명=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을 이끌고자 하는 감독이 없다. 사진은 대표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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