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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일단 진입만 하면”…사재기 부르는 ‘저작권료 정산’의 문제

입력 : 2020-02-21 11:35:27 수정 : 2020-02-21 15: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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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터질게 터졌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이 차트 상위권 진입을 위한 사재기 의혹이 증폭돼 차트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찍었다. 사재기를 부른 문제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현행 음원 저작권료 정산 방식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차트 상위권에 속할수록 인지도가 높아지고 활동의 기회가 늘어나는 연예계 생활의 생리. 이와 함께 일단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기만 하면 현행 정산 방식 하에서 저작권료로 얼마든지 회수가 가능한 구조적 문제가 있기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단 진입만 하면…” 저작권료 정산방식도 문제로 지적돼

 

 먼저 국내 음원 사업자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을 알아보자. 각 음원 사업자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 규정’을 기반으로 한 비례 배분 방식을 따르고 있다. 개별 음원서비스마다 이용자들이 지출한 총 금액을 전체 이용자들의 총 재생수로 나눈 뒤 1재생당 저작권료, 일명 곡당 단가를 산정한다. 이 곡당 단가에 특정 음원의 재생 수를 곱해 각 저작권자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전체 매출액을 총 재생수로 나눠 일률천편한 곡당 단가를 책정하는 것이 해당 정산 방식의 주요 골자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음원을 어떤 이용자들이 얼마나 재생했느냐와 무관하게, 전체 재생 수에 비례해 일괄적으로 ‘곡당 단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일괄적으로 곡당 단가가 결정된 상황에서 창작자 또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음원 차트 상위권에 더 오래 머물수록 수익이 커지게 된다. 사재기를 하더라도 상위권에 오래 머물게 되면 얼마든지 소위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재생 수가 많지 않은 인디 뮤지션 입장에서는, 훨씬 더 적은 저작권료를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내가 낸 이용료, 차트 상위권 뮤지션들에게 돌아간다?

 

 이외에도 언뜻 단순하고 명쾌해보이는 이 정산방식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먼저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불한 이용료 중 저작권료로 책정된 65%가 자신이 실제로 청취한 가수가 아닌, 차트 상위권에 자리잡은 가수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구조가 된다.

 

 또 생태계 관점에서도 사재기 등으로 인해 전체 재생 횟수가 증가하게 되면 모든 창작자들의 ‘곡당 단가’가 감소하며 개별 음원에 대한 가치가 낮아지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재기 이슈는 차트 위주의 음원 서비스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데 이는 현재 사업자들이 도입하고 있는 저작권료 정산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며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어 곡당 단가가 낮아지게 되면 자연스레 신규 뮤지션들의 진입 역시 감소로 이어져 생태계 활성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대안은…핵심은 개별 이용자 단위로 정산

 

 차트 상위권을 노리는 사재기 의혹 등이 대두되자 업계에서는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차트 상위권 진입을 노리는 사재기 문제는 비단 국내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 최대 음악 콘텐츠 시장인 미국에서도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의 음원 사재기와 같은 ‘가짜 스트리밍(fake streaming)’ 현상을 두고 래퍼 프랜치 몬타나와 50센트의 설전이 있었다.

 

 해외에서 현재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모델은 일명 ‘이용자중심 정산’ 방식이다. 2014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안트 마스와 덴마크 로스킬레 대학의 라스무스 렉스 필러슨에 의해 처음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방식의 핵심은 ‘사용자 단위 정산’이다.

 

 쉽게 말해, 개인 이용자의 지출 금액을 해당 개인의 월별 재생수로 나눠 1곡당 단가를 산정하고, 이 곡당 단가에 해당 개인이 해당 음원을 재생한 횟수를 곱해 저작권료를 최종 확정하는 형태다. 총재생수를 기준으로 삼아 전체 매출액을 나누는 ‘비례 배분’ 방식과는 달리, 이용자가 재생한 곡의 저작권들에게 저작권료가 오롯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현행 정산 방식 하에서 인디뮤지션 A그룹을 좋아하는 B씨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A씨는 지난달 8,000원의 요금을 내고 A그룹의 음악만을 총 100회 재생했다. 하지만, B씨가 낸 금액 중 저작권료는 65%에 해당하는 5,200원은 나머지 전체 이용자들의 재생 수에 합산되다보니, A그룹보다 차트 상위 뮤지션들에게 대부분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용자중심 정산방식에서는 다르다. B씨의 8000원 중 저작권료(65%)로는 5200원이 책정되는 것은 동일하다. 단, A그룹의 음악만 100회를 재생했다면 이 5200원이 A그룹을 비롯한 음반제작사, 저작자, 실연자들에게 오롯이 지급된다. 정산방식이 더 세분화되는 탓에 다소 복잡한 점이 있지만 이용자중심 정산 방식이 보다 공정한 대안이라고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식이 실제 창작 생태계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증명되기도 했다. 2017년 핀란드 음악가협회가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비례배분 방식에서는 상위 0.4%의 음원이 전체 저작권료의 10%를 차지하는 반면, 이용자중심 정산 방식에서는 상위 0.4%의 음원이 5.6%만 차지하는 등 쏠림 현상이 줄어들고 보다 다양한 음원에 수익 배분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해당 모델을 실제로 도입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애플도 미국 저작권 사용료 위원회에 스트리밍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수익 배분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프랑스 1위 음원 사이트 Deezer가 연구에 돌입, 2020년 초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한 가요 기획사에서는 “문체부에서 매출액을 산출하기 위해서 네트워크 구축, 유통사 가입자수, 결제 대행사 결제 내역이 필요할텐데 이것을 유통사에서 내놓을지 의문이다”라며 “대형 유통사가 저작권료 미지급을 한 상황인데 이들의 행동력에 의구심이 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중소기획사는 스포츠월드에 “저작권료 정산 문제가 해결되어야 창작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며 “이제는 음원 수익 배분 방식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음원 사재기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음원 사재기 실체 없는 소문인가 교묘한 조작인가’ 편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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