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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하늘같던 대선배 이숭용의 구제…이보근 “모든 걸 바치겠다”

입력 : 2020-02-18 07:00:00 수정 : 2020-02-18 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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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투손(미국) 전영민 기자] “쳐다보기도 어려웠던 선배님인데….”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 펼쳐진 KT위즈의 스프링캠프. 베테랑 이보근(34·KT)이 불펜 피칭을 시작하자 이숭용(49) 단장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배제성과 김재윤, 주권 등 지난해 팀의 주축을 이뤘던 선수들의 투구를 바라볼 때와는 다른 눈빛이었다. 포수 미트에 공이 꽂히는 파열음과 포수의 “오케이! 좋다”라는 외침이 합쳐질 때쯤 이 단장도 슬쩍 웃어보였다. 이 단장은 공을 던지는 후배의 모습을 보고 “뭉클하다”고 표현했다.

 

 이보근과 이숭용 KT 단장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 19세 이보근이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을 때 이숭용 단장은 팀의 주장이었다. 이 단장은 이미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였고, 이보근은 1군 무대조차 밟기 어려운 신예였다. 남다른 카리스마를 내뿜던 이 단장은 어린 이보근에게 쳐다보기도 힘든 존재였다. 이보근은 “그때는 하늘보다 더 높은 선배님이라고 생각하고 우러러봤었다”고 말했다.

 

 2011년 이후 서로 다른 팀에서 활약하던 둘은 지난해 11월 다시 조우했다. 키움의 40인 보호 명단에서 이보근이 제외됐고, 이 단장은 고민 없이 이보근을 지명했다. 이 단장은 혹시나 다른 팀이 먼저 이보근을 채갈까 하는 마음에 “제발 우리 순서까지 (이)보근이가 남아있어라”고 되뇌었다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은퇴까지 고려했던 이보근은 손을 내밀어준 대선배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비로소 마음을 다잡았다.

 

 KT 유니폼을 입은 직후 모든 휴가 일정을 취소하고 운동에만 집중했다. 캠프 출국 전까지 10㎏을 감량했다. 캠프에서도 근육을 계속 단단하게 만들면서 지방을 걷어내고 있다. 이보근은 “냉정히 말해서 난 한 팀에서 버려진 선수다. 좋게 말해서 아직 가치가 있다고도 하지만 이게 현실이고 나도 애써 좋게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며 “기쁨보다 슬픔을 공유하는 사이가 더 진하다고 하지 않나. 모든 힘을 KT에 쏟는 게 도리이고 대선배에 대한 예의다”고 설명했다.

 

 후배들과의 융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단장이 이보근에게 원하는 역할이다. 훈련을 하다가도 어린 후배들에게 알뜰한 조언을 건네는가 하면 주장 유한준을 따라다니며 KT만의 문화 배우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보근은 “나는 단장님이나 감독님처럼 스타플레이어도 아니었고 저물기 직전에 놓인 야구선수 중 한 명이다. 망가지고 무너진다고 해도 KT에서라면 아무렇지도 않다”며 “단장님이 내게 내밀어줬던 손을 나도 그대로 후배들에게 내밀겠다”고 강조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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