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고양 전영민 기자] “지훈이가 확실히 재미를 느끼나 봐요.”
돌파가 막힌 외국인 선수 조던 하워드는 고개를 떨궜다. 패스로 활로를 뚫으려던 이현민은 경로가 막히자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의 견고한 수비에 추일승(이상 오리온)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양KGC인삼공사 박지훈(24)이 오리온에 좌절감을 안겼다.
인삼공사는 8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오리온과 원정경기에서 85-69(11-22 27-11 24-15 23-21)로 승리했다. 지난달 20일 전자랜드전부터 연승을 시작한 인삼공사는 이날 승리로 5연승을 신고했다. 올해 오리온과 세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지난해 상대전적(6전전패)를 완전히 뒤집었다.
박지훈의 수비가 통했다. 이날 박지훈은 앞선 수비를 책임졌다. 오리온의 공격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현민의 패스가 돌거나 하워드나 돌파와 슛이 터져야만 했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통하지 않았다. 박지훈은 이현민에게 달라붙어 패스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하워드에겐 멀찌감치 떨어져 공간을 내줬다. 돌파가 아닌 슛을 난사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워드는 다시 벤치로 물러났고 오리온은 결국 이승현이나 최진수의 개인 기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박지훈의 수비가 낳은 효과다.
공격에서도 박지훈의 속도가 빛났다. 박지훈은 이날 8득점 4리바운드 11도움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도움이다. 상대적으로 두터운 오리온 인사이드를 박지훈이 직접 돌파했다. 상대 빅맨들의 시선을 끌고 균열을 만들어 외곽에 기회를 만드는 식이었다. 실제로 오리온 수비는 흔들렸고 박지훈의 패스는 사이드라인에 서있는 기승호에 향했다. 기승호는 이날 3점슛만 5개를 꽂아넣었다. 모두 중요한 승부처에서 오리온의 추격 의지를 꺾는 외곽포였다.
김승기 감독은 오세근의 부상 공백을 메울 수 없다고 확신했다. 골밑 싸움은 물론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기둥이 뽑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신 김 감독은 앞선 수비에 희망을 걸었다. 오세근이 빠져 느슨해진 인사이드를 상대 팀들이 공략할 것이라 봤다. 골밑으로 공을 운반하기 위해선 앞선부터 이동해야 하는데 김 감독은 그 역할을 박지훈에게 맡겼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개시 전부터 박지훈의 숨은 공로를 설명하는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변준형이라는 역대급 재능을 가진 선수가 있지만 지금은 박지훈의 존재감이 더 크다는 의미였다. 팀의 기둥 격인 오세근이 부상으로 빠진 이후에도 연승을 달리는 안양KGC인삼공사는 박지훈이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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