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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더그아웃스토리①]헥터는 광주에서의 인연을 잊지 않았다

입력 : 2019-12-05 18:30:00 수정 : 2019-12-05 19: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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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를 찾은 이동건(왼쪽 두번째) 불펜포수와 도영빈(오른쪽 두번째) 매니저가 헥터의 가족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헥터가 준비를 엄청 했더라고요.”

 

 도영빈(27) 매니저와 이동건(26·이상 KIA) 불펜포수는 올해 초 옛 동료 헥터 노에시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광주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 헥터가 메이저리그(ML) 복귀를 준비하던 시점이었다. 개인적으로 여유시간이 생기면 자신이 머물고 있는 미국으로 오라는 초대였다. 지난해까지 KIA 소속으로 광주에서 머물던 시절 매일을 함께 했던 통역, 항상 자신의 공을 받아주던 포수에게 보답하려는 의도였다.

 

 1년 내내 이어진 헥터의 진심어린 초대에 도 매니저와 이동건은 미국행을 결심했다. 시즌 중반부터 계속 일정을 조율해봤으나 여의치 않았다. 올해까지 외국인 선수 통역을 담당한 도 매니저가 빠지면 외국인 선수들을 관리할 사람이 없었다. 이동건도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들의 공을 받아줘야 했다. 시즌 중에 휴가계를 길게 낼 수도 없었다. 그나마 올스타 브레이크가 길어 시간을 벌었는데 미국까지 오가는 시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시즌과 캠프까지 모두 마친 뒤 헥터의 고향 도미니카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헥터는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을 마친 뒤 도미니카에서 윈터리그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11월말에 만나는 한국 옛 동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팀에 양해를 구했다. 12월부터 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도 매니저와 이동건이 한국에서부터 17시간 동안 비행해 도미니카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는 헥터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헥터(오른쪽)가 KBO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도영빈(왼쪽) 매니저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헥터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헥터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곳곳을 체험했다. 처음 경험하는 도미니카 문화가 낯설기도 했지만 도 매니저와 이동건은 헥터의 가이드 덕에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어떤 일이든 걱정이나 우려보단 “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자. 무엇이든 일단 해보자”라고 말하는 헥터 특유의 쾌활한 성격 덕에 웃을 일도 많았다.

 

 이동건은 “난 불펜 포수라 누구 앞에 나설 일이 없다. 그런데 현역 메이저리거가 나를 위해 시간을 내고 이것저것 준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선물이었다”며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도미니카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다시는 도미니카에 갈 일은 없겠다’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더 먹더라도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한국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최소 30명이다. 부상이나 기량 등 갖은 이유로 교체되는 인원까지 생각하면 더 늘어난다. 2016년부터 3년간 광주에서 인연을 쌓은 헥터는 그때의 동료들을 잊지 않았다. 음지에서 고생하는 친구들을 말이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이동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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