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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도 더 된 일”… 긁어 부스럼 만든 유니클로

입력 : 2019-10-20 18:43:20 수정 : 2019-10-20 19: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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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기자] 유니클로가 새로운 광고 출시와 동시에 다시 ‘일본 불매운동’의 타깃으로 떠올랐다.

 

최근 유니클로는 회장까지 직접 나서 일본 정부를 꼬집는 모습을 보여 불매운동 화력을 낮추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글로벌 광고가 공개되며 한국 소비자 달래기는 ‘도루묵’이 됐다. 국내 소비자들은 광고 속 의도된 장치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비꼬는 것 아니느냐’는 반응이다.

 

문제가 된 광고는 15초 분량의 ‘유니클로 후리스: LOVE & FLEECE편’이다. 해당 광고(사진)에는 백발의 98세 외국인 여성과 13세 소녀가 등장한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고 묻고, 할머니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 못한다”(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까지 보면 그렇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유니클로는 이 대사를 한국 버전에서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의역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소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네티즌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굳이’ 80년이라는 숫자를 넣은 의도가 무엇이냐며 분노하고 있다. 이를 두고 유니클로가 위안부 문제를 비난하는 게 확실하다는 것. 이들이 말하는 ‘80년 전’은 1940년대에 한국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었던 아픈 과거사를 연상케하는 시기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니클로는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불매운동을 넘어 진정한 퇴출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니클로 측은 이와 관련 “광고 속 ‘의도적 장치’에 대한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니클로에 따르면 광고 속 여성들은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98세의 패션 콜렉터(IRIS APFEL)와 13세의 패션 디자이너(KHERIS ROGERS)로 실제 나이차이가 80세가 넘는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이번 광고는 후리스 25주년을 기념, 세대와 나이를 넘어 모두가 후리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광고 모델들의 실제 나이 차이가 80살이 넘는 만큼,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두 사람이 모두 후리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글로벌 광고와는 별도로 한국에서는 추가적으로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 대해 자막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업 방침상, 유니클로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및 단체와 어떠한 연관관계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번 일을 두고 ‘샤이재팬’들도 ‘너무 피해의식을 갖고 광고를 보는 것 아니냐’는 입장과 ‘일본을 알면 의도된 장치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의견이 둘로 나뉘어 졌다.

 

다만 광고 전문가들은 광고 속 언어에 ‘그냥’ 쓰는 단어는 없다고 강조한다. 한 광고업계 종사자는 “짧은 시간에 정체성을 보여줘야 하는 브랜드 광고에서는 언어에 의미를 담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광고를 번역한 담당자는 논란이 일어날 예상까지 하고 해당 단어를 채택했을 것”이라고 유추했다.

 

이번 광고는 일본 불매운동 이후에도 유니클로를 즐겨입던 소비자들도 등을 돌리게 만든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모씨는 “일본 불매운동 후에도 유니클로의 품질이 좋아 필요한 것은 구매했었다”며 “하지만 왜 이렇게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광고는 마치 ‘이렇게 광고해도 어차피 너희는 히트텍 살 거잖아’ 같은 뉘앙스가 느껴져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구매자를 대상으로 광고하면 될 것을 굳이 이런 식으로 ‘돌려까기’를 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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