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입력 2019-10-17 12:56:58, 수정 2019-10-17 13:40:37

    [스타★톡톡] 박기웅 “악역도 선역도 OK…쓰임 많은 배우 되고 싶어요”

    •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악한 역할도 선한 역할도 모두 소화 가능한 팔색조 같은 배우다. 드라마 ‘리턴’ 속 ‘악벤져스(惡+어벤져스)’로 활약했던 배우 박기웅이 ‘신입사관 구해령’으로 따뜻한 매력을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이하 ‘구해령’)은 19세기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픽션 사극. 별종 취급을 받던 여사(女史)들이 남녀가 유별하고 신분에는 귀천이 있다는 해묵은 진리에 맞서며 ‘변화’라는 소중한 씨앗을 심는 이야기였다. 박기웅은 왕세자 이진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또 한번 ‘재발견’됐다. 

       

       앞서 짧은 단막극으로 사극을 맛봤던 박기웅은 ‘구해령’으로 사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에게 사극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안 하면 하고 싶고 생각난다”는 답을 내놨다. 그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었다. “머리가 길면 단발을 하고 싶고, 막상 단발을 하면 기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나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현대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사극을 안 하면 또 하고 싶어지죠.”

       그러던 찰나에 만난 작품이 ‘구해령’이었다. 평소대로라면 사극을 했으니 이제 현대극을 하고 싶을 차례이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이번엔 다음 작품으로 사극을 또 해도 될 것 같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고, (지금) 상태가 너무 좋아요”라며 밝게 웃음 지었다.

       

       인터뷰 내내 박기웅의 ‘하이 텐션’(high-tension)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오랜 촬영을 뒤로 한 채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는 배우들에게 흔히 보이는 피로감도 덜 했다. 박기웅은 “지정 근무 시간을 지키기 위해 제작 환경도 많이 개선돼 육체적으로 덜 힘들었다”고 긍정의 이유를 찾았다. 다른 이유로는 ‘구해령’의 밝은 기운 덕분이었다.

       

       전작 SBS 드라마 ‘리턴’에서 악역(惡役)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악역을 연기하는 게 세 배는 더 힘들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반면 ‘구해령’은 밝고 희망찬 엔딩을 맞았다. 그래서일까. 박기웅은 “지금 바로 새 작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가 있다”고 했다. 

       

       박기웅이 연기한 이진은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투지 넘치는 왕세자이자 내면에 슬픔을 가진 인물이었다. 현왕 대신 대리청정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장인 민익평(최덕문)을 비롯한 신하들과 버거운 힘겨루기를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진을 완성하기 위해 박기웅이 가장 먼저 고민한 부분은 ‘목소리’다.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목소리, 동시에 힘에서도 밀리지 않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고민 끝에 그는 평소보다 더 저음으로 톤을 맞췄다.

       사관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했고, 신하들과 기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당위성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조금 인위적인 목소리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녹음을 반복하며 연습했다”고 노력을 회상했다.

       

       ‘구해령’은 판타지 사극으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여사 제도를 상상해 그려낸 작품. 극 중 왕조차 상상속에서 구현해낸 존재였다. 그래서 ‘당위성’이 더 중요했다. 박기웅은 “당시 고증에 따르면 여성이 대외적인 활동을 하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상상 속 상황이었지만 ‘구해령’을 하는 동안 걸리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배우들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본 ‘구해령’은 ‘착한 드라마’다. 비록 악역일지라도 당위성이 있었다. ‘이게 말이 돼?’하는 부분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연기의 리얼리티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작품 속 이야기는 리얼하게 보이게 연기할 뿐 진짜 ‘리얼’은 아니죠. 일상보다 버라이어티해야 ‘이게 말이 돼?’하는 상황이 연출되는데, ‘구해령’은 그런 게 없었어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없었죠. 그런 작품을 쓴 작가님도, 만들어 준 감독님도 여러모로 ‘착한 드라마’였어요.”

       백성을 대변할 수 있을 정도로 백성을 사랑하는 인물, 대리 청정을 하고 있지만 기득권을 가진 이들과의 기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인물, 그럼에도 동생 앞에선 한없이 풀어지는 형. 이 세 가지가 감독이 요구한 부분이다. 왕위를 두고 다툴 수도 있지만 이진과 이림(차은우)은 훈훈한 형제애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나이 터울 나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고 내가 밥을 해 먹이면서 키운 동생이다. 그래서 동생에 대한 애틋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진이 야심을 가진 캐릭터도 아니고, 동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동생 바보’의 모습이 실제 자신과 많이 닮아있다고도 했다.

       

       ‘착한 드라마’에서 ‘착한 캐릭터’로 인상을 남긴 박기웅. ‘리턴’의 여파로 그를 악역 전문 배우로 오해하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악역의 승률이 높았을 뿐 선역(善役)으로 출연한 작품도 많다. ‘구해령’ 전엔 악역 제안이 많았다고 밝힌 그는 “작품 전엔 악역과 선역의 비중이 7대3 정도였다면 이젠 5대5의 비율이 됐다”고 했다. 선역도 잘해낼 수 있는데 왜 악역 제안이 더 많을까 고민도 해봤지만 이제 그마저도 좋을 뿐이다.

       

       “악역을 했을 때 제 가능성과 만족감이 더 많아서 찾아주신 게 아닐까요. 이젠 악역도 선역도 상관없어요. 모든 건 자연스럽게 바뀌겠죠. 저는 다 잘할 수 있어요.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이죠. 이젠 ‘알고 보니 선역도 잘하네?’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연기를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쓰임이 많은 배우가 되자’는 다짐을 지켜가고 싶습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 오늘의 파워링크
    • Today 정보
    • 이시각 관심뉴스
    • Today 링크